취미가 뭐냐고 물어보면 나는 곧잘 여행이라고 얘기한다.
내가 왜 여행을 좋아할까, 여행이 나에게 어떤 의미길래 나는 여행을 좋아하게 되었을까 문득 깨달은 순간이 있었다.
첫번째는 직장인이라는 이유다.
나는 주 5일 매일 같은 시간에 출근해야하는 직장인이다.
직장인에게 출근은 엄청난 체력과 정신력을 필요로 한다. 매일 같은 시간에 어떤 역경과 고난이 출근시간에 발생하게 되더라도 정해진 시간내 내자리에 가 있어야 한다. 이때 필요한건 알람소리 한번에 벌떡 일어날수 있는 정신력과 초라해보이지 않는 출근복을 고르고 메이크업까지 해내야 하니 여간 정신력과 체력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체력과 정신력 못지 않게 필요한 건 인내심이다. 매일 내안에서 일어나는 퇴사욕구를 눌러가며 월급이 주는 달콤함을 위안삼아 당장 하기 싫은 출근이라는 것을 해낸다는 것은 인내심 또한 필요한 일련의 과정이다. 내가 여행을 좋아하는 포인트는 여기 있다.
바로 출근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 출근하지 않는다는 것은 억지로 끌어모은 정신력과 체력, 인내심을 쓸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이 포인트에서 나는 그 순간만은 자유를 만끽하게 된다. 내가 여행을 좋아하는 이유다.
두번째는 계획의 실현이 쉽다는 것이다.
나이를 먹으면서 어느것 하나 내 마음대로 되는 일이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사람에 따라, 상황에 따라 내 계획도 수정되고 맘에 들지 않는 결과도 받아들여야 하는(포기하게 되는) 시점을 곧잘 마주하게 되는데, 여행기간 동안에는 천재지변 말고는 내 계획의 실현을 방해하는 일이 잘 생기지 않는다. 이는 내가 계획형 인간이라 더 그렇게 느끼는 포인트 일수도 있는데 여행기간 동안에는 내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의미부여를 할수 있다는 점이다. 그날 몸상태와 기분에 따른 메뉴 선정, 운동 프로그램, 액티비티 등 천재지변이 발생하지 않는 이상 계획 달성이 쉽다. 이 또한 내가 여행을 통해 채울수 있는 감정 중에 하나이다.
세번째는 예상치 않은 행운이 특별해진다는 것.
일상생활에서는 무심히 지나칠수 있는 호의의 순간들이 있다. 나을 위해 엘리베이터를 잡아주는 사람을 만난다거나, 음식이 입에 맞는지 물어보는 웨이터의 따뜻한 눈빛, 미리 알아보지 않았던 메뉴가 내 입맛에 맞는 순간들을 여행중에 겪게되면 그 순간의 감정은 오래 기억이 되고 특별한 순간까지 될수도 있다는 점이다.
최근에 다녀온 발리가 나는 그랬다. 사람이 주는 온기가 그리웠던 탓인지 발리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따뜻한 바이브가 문득문득 생각이 난다. 이 기억이 내 인생에 특별한 포인트, 그 나라의 설렘 포인트로 각인이 된다면 다시 또 떠나고 싶은 충분한 동기가 되는 것이다.
사소함이 사소함으로 끝나지 않고 특별함으로 기억되는 순간이 일상에서는 쉽지 않지만 발 내딛는 순간순간을 특별함으로 변형시킬수 있는 여행을 좋아하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