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엄마의 사랑
주말 동안 우리는 친정 집에 가서 하룻밤을 묵었다. 늘 그렇듯 친정에 가면 마음이 놓이고, 어린 시절로 되돌아간 듯 편안하다. 이튿날 아침, 잠에서 막 깨어나니 어디선가 고소하고 짭조름한 냄새가 은은하게 스며들었다. 귀를 기울이면 부엌에서 들려오는 지글지글 기름 튀는 소리, 그 소리가 아침의 알람처럼 반갑다. 우리 집에서라면 분명 식빵이나 시리얼로 간단히 때웠을지도 모를 아침이지만, 친정에서의 아침은 언제나 다르다. 늘 정성스러운 반찬이 차려지고, 그 중심에는 어김없이 갈치구이가 있었다.
아이들도 갈치구이를 무척 좋아한다. 그래서 친정엄마는 장날이면 꼭 생선가게에 들러 신선한 갈치를 사 오신다. 냉장고 문을 열면, 은빛이 반짝이는 갈치들이 반듯하게 정리되어 있다. 엄마의 손길은 늘 그러했다. 식구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기억해 두고, 손수 준비해 두시는 모습은 변함이 없다. 나는 부스스한 머리를 쓸어 올리며 부엌으로 향했다. 눈을 비비고 들어서니 커다란 팬 위에서 갈치들이 노릇노릇 익어가고 있었다. 팬 가장자리에 맺힌 기름 방울이 ‘톡톡’ 튀어 오르며, 갈치 껍질이 점점 더 바삭해져 갔다.
“일찍 일어났네. 얼른 앉아.” 수저라도 나르려는 나를 보며 엄마가 손사래를 치신다. 나와 가족들이 식탁에 둘러앉자 엄마께서는 접시에 갓 구운 갈치를 옮겨 담아 주셨다. 은빛 비늘이 살짝 남아 반짝이는 갈치는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젓가락으로 살을 가만히 벌리자 하얗고 부드러운 속살이 드러나며 김을 모락모락 내뿜었다. 그 따끈한 살을 밥 위에 올려 한입 넣자, 짭조름한 감칠맛이 입안 가득 퍼졌다. 바삭한 껍질과 촉촉한 속살이 어우러지는 맛은 단순히 맛있는 음식을 넘어, 마음 깊숙한 곳까지 위로하는 힘이 있었다.
옆에서 아이들은 엄마가 건네준 갈치를 받아 들고 연신 맛있게 먹었다. “할머니, 이거 진짜 맛있어요!” 아이들의 입가에 웃음이 번지자, 엄마의 얼굴에도 미소가 환하게 피어났다. “이건 지난번 장날에 가서 그날 바로 잡힌 걸 사 온 거라 더 신선할 거야.” 하시며 흐뭇하게 말씀하셨다. 엄마의 목소리에는 자신감과 사랑이 묻어 있었다. 아이들은 뼈를 발라 주면 순식간에 살을 다 먹어 치웠고, 그 모습에 엄마는 “다음 장날에도 또 사 와야겠다”라며 즐겁게 웃으셨다.
창밖으로는 아침 햇살이 점점 밝아지고 있었다. 창문을 통해 들어온 햇살이 식탁 위 그릇들에 반사되어 반짝거렸다. 부엌 안에는 갓 구운 갈치 냄새와 따뜻한 온기가 가득 차 있었다. 그 순간 나는 ‘이게 바로 집의 맛이고, 엄마의 손맛이구나’ 하고 새삼 느꼈다. 바쁜 일상 속에서 잊고 살던 정성과 따뜻함이, 갈치구이 한 접시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그날 아침은 단순히 맛있는 식사이상으로 나와 아이들에게는 특별한 기억이 되었다. 아이들에게는 할머니의 사랑이 담긴 갈치구이로 시작하는 하루였고, 나에게는 여전히 변치 않는 엄마의 손맛과 마음을 확인하는 시간이었으며, 엄마에게는 온 가족이 함께 둘러앉아 맛있게 먹어주는 그 모습 자체가 큰 기쁨이었을 것이다. 따끈한 밥과 노릇노릇 구운 갈치, 그리고 웃음이 어우러진 그 식탁은 오래도록 잊히지 않을 아침 풍경으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