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레몬향 맥주와 복숭아 쿨피스
주말 저녁, 거실 한가운데 테이블 위에는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불닭이 놓여 있었다. 소스가 걸쭉하게 배어든 매콤한 향이 금세 공기를 채우더니, 코끝을 찌르며 우리 식탁에 긴장감(?)을 불러왔다. 접시 위에서 붉은빛을 내뿜는 닭고기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벌써 입안이 얼얼해지는 듯했고, 남편과 나는 눈을 마주치며 작은 웃음을 지었다. “자, 준비됐어?”라며 젓가락을 들었을 때 이미 콧잔등에 송골송골 땀이 맺히기 시작했다.
첫 입을 베어 무는 순간, 입천장이 얼얼해지고 혀끝이 화끈 달아올랐다. 매운맛이 폭죽처럼 터지며 얼굴까지 벌겋게 달아오르자, 우리는 동시에 맥주 캔을 집어 들었다. ‘칙—’ 하고 울리는 경쾌한 소리와 함께, 시원한 거품이 입술에 닿았다. 레몬향이 은은하게 스치는 청량한 맥주 한 모금을 들이켜는 순간, 입안에 번지던 화끈한 매운맛이 잠시 물러나며 짜릿한 해방감이 밀려왔다. 목구멍을 타고 내려가는 차가운 기운에 절로 “캬~!” 소리가 터져 나왔다.
옆에서는 아이들도 도전하듯 불닭을 한 점씩 집어 들고, 입에 넣자마자 “맵다!”를 연발했다. 큰 아이가 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냉장고를 열고는 쿨피스를 꺼내 컵 세 개에 가득 따라 동생들에게 건넸다. 세 자매는 서로를 바라보며 마치 더위에 지친 강아지들처럼 혀를 길게 내밀고 헥헥거리다가 컵 안에 든 시원한 쿨피스를 벌컥벌컥 마셨다. 금세 얼굴이 펴지고, 다시 불닭을 한 점 더 집어드는 모습에 우리 부부는 웃음을 터뜨렸다.
둘째는 곁들여 둔 샐러드를 집어 먹으며 “이건 안 매워요! 상큼해서 좋아!” 하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그다음 샐러드 위에 토핑으로 올린 달콤한 시리얼을 한 입 넣고는 “난 이게 제일 맛있어요!”라며 장난스럽게 웃었다. 막내는 매운맛에 울상인지 웃음인지 모를 얼굴로 쿨피스를 연신 들이켜며, 언니들과 함께 깔깔대며 식탁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그때 스피커에서는 아이들의 최애 아이돌 노래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경쾌한 리듬과 신나는 멜로디가 거실을 가득 메우자, 아이들은 자리에서 어깨를 들썩이며 리듬을 탔다. 불닭의 화끈한 매운맛과 맥주의 청량감, 그리고 쿨피스를 들이켜며 장난치는 아이들의 웃음소리 위로 흘러나오는 음악은 묘하게 잘 어울렸다. 마치 작은 파티라도 열린 듯한 분위기였다.
식탁 위에서는 땀과 웃음이 동시에 번졌다. 얼굴은 매운맛 때문에 벌겋게 달아올랐지만, 서로를 보며 깔깔대는 순간에는 그조차 즐거움의 일부였다. 남편은 “이 정도면 불닭 콘서트네! 어떻게? 노래방 콜?!”라며 농담을 했고, 아이들은 음악 소리에 맞춰 합창을 하듯 노래를 따라 부르며 신이 났다.
그날 저녁은 그저 매운 음식을 먹는 시간이 아니었다. 매운맛을 견디며 웃음을 나누고, 차가운 맥주와 달콤한 쿨피스로 서로를 챙겨 주는 시간이었고, 가족 모두가 하나의 리듬에 맞춰 어깨를 들썩이며 즐기는 작은 축제였다. 화끈한 불닭, 시원한 맥주, 새콤달콤한 쿨피스, 그리고 음악과 웃음이 어우러진 그 순간은 여느 콘서트보다 더 뜨겁고도 따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