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간을 보내자고?
검은 옷을 입은 사람은 한 손으로는 내 목을 다른 한 손으로는 내 허리를 잡고서 걸음을 빨리한다.
타닥타닥타닥 어쩐지 신이 나 보이기까지 하는 그 사람에게 붙들려가는 내내 내 몸이 흔들린다.
어지럽다. 속이 울렁거린다.
그렇지만 말을 할 수 없다. 말을 한다 하더라도 그가 내 말을 들어주기는 할 것인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내가 답답하다.
그리고 무섭다.
엘리베이터 앞에서 내려가는 버튼을 누르고서는 고개를 들고 엘리베이터 층수 표시가 바뀌는 걸 따라 읽는다.
"칠, 육, 오, 삼. 땡!" 그 사람의 "땡"소리에 맞춰 문이 열린다.
여전히 내 목을 꽉 잡은 채 엘리베이터 안으로 성큼 들어가서는 성급하게 지하 2층 버튼을 누르고 재빨리 닫힘 버튼을 연달아 누른다.
아무도 엘리베이터 안에 들어오지 못하게 하려는지 손놀림이 바쁘다.
그는 엘리베이터 숫자가 변하는 걸 따라 읽으며 흥얼거린다.
뭐가 그렇게 좋은 걸까. 역시나 그 사람의 "땡" 소리에 맞춰 문이 열린다.
문이 활짝 열리기도 전에 그 사람이 서둘러 내린다.
여전히 내 목덜미를 붙잡은 채.
잰걸음으로 걷던 그가 새까만 차 앞에 서서 주머니에 손을 넣고 꼼지락거리자 "삐빅"소리를 내며 차의 전조등이 반짝 빛났다.
순간적으로 눈이 부셔서 저절로 인상이 구겨졌다.
그는 조수석 문을 열어 나를 털썩 앉히더니 별 의미도 없어 보이는 안전벨트를 딸깍 채워주고 내 얼굴을 한 번 쓰다듬고는 문을 닫는다.
그리고는 차 앞으로 크게 돌아 운전석에 오른다.
안전벨트 버클을 끼우면서 나를 본다.
"자 이제 좋은 시간 보내러 가 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