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누구세요?

by 사유경

검은 옷을 입은 사람이 나의 목덜미를 잡더니 번쩍 들어 올린다.

목 주변이 뻐근해지는가 싶더니 그 사람의 손의 열기로 조금씩 더워진다.


그 사람은 자기 눈앞에 나를 바짝 갖다 대고 나를 뚫어져라 쳐다본다.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며 내 얼굴을 한참 바라보더니 이번에는 나를 휙 돌려 뒤태를 살핀다.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다시 나를 돌려 잡고 얼굴을 한 번 더 보더니 한 손으로는 여전히 내 목을 잡고 다른 한 손으로 재킷 주머니에 있는 휴대폰을 꺼낸다.

그리고는 내 얼굴을 찍는다.

번쩍 터지는 플래시에 눈이 아프고 불쾌했지만 그 사람에게 꼼짝없이 잡혀있는 나는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

그저 가만히 잡혀있는 것뿐.


그 사람에게 잡힌 목이 아파오기 시작한다.

휴대폰에 얼굴을 가까이하고 엄지로 화면을 슥슥 넘겨가며 뭔가를 읽던 그 사람은 이내 곧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휴대폰을 다시 재킷 주머니에 담고 이번에는 두 손으로 나를 잡는다. 그리고는 어디론가 서둘러서 걸어간다.


갑자기 발걸음을 멈춰 서더니 붉은 조끼를 입은 사람에게 나를 건네준다.

붉은 조끼를 입은 사람 역시 내 목덜미를 덥석 잡고 요리조리 돌려보다 불빛이 번쩍 나는 기계로 내 옆구리에 있는 조그마하고 네모난 이름표를 찍는다.

검은 옷을 입은 사람은 붉은 조끼를 입은 사람에게 자기의 휴대폰을 주고 붉은 조끼를 입은 사람은 그것을 건네받아 어떤 기계옆에 쓱쓱 문지른 후 돌려준다.

그리고 나도 검은 옷을 입은 사람에게 건네어진다.

"좋은 시간 보내세요."라는 말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