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스머프 키링
딸들이 좋아하는 아이돌 SVT와 토스트 가게가 콜라보 이벤트를 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토스트를 먹으면 아이돌 멤버들을 스머프 캐릭터로 재해석한 메탈 키링을 준단다.
아이들한테 물어보니 생각보다 비싸지 않은 가격으로 덕질을 할 수 있고, 점심 한 끼도 해결할 수 있다며 눈이 반짝였다. 나 역시 괜히 기대가 됐다.
행사는 12일 월요일부터였다.
큰 아이와 이야기를 나누다 “금요일 점심으로 토스트 먹을까?”라는 말이 나왔고, 그렇게 하자는 쪽으로 잠정 결론이 났다.
그러다 어제, 14일.
마침 오전에 외출할 일이 있었고 점심 준비를 하기도 빠듯했다.
‘이왕 할 덕질, 하루라도 빨리 하자’는 생각이 들었다.
“얘들아, 오늘 가자!”
방과 후 수업을 간 막둥이를 제외하고, 큰 아이와 둘째가 잠깐 열띤 토론을 벌인 끝에 결론이 났다.
“덕질하러 갑시다!”
방과 후 수업을 끝내고 온 막둥이를 낚아채(?) 15분 남짓한 거리를 걸어가면서 아이들은 쉴 틈 없이 떠들었다.
신호등 파란불이 꺼지기 전에 건너야 한다며 후다닥 뛰면서 “오. 운. 완(오늘 운동 완료)”을 외치기도 하고,
일주일 전 둘째가 졸업한, 그리고 막둥이가 다니고 있는 초등학교를 지나며 학교 얘기를 했다.
동네에서 유난히 장사가 잘 되는 찐빵집 앞에서는 “왜 여기는 이렇게 인기가 많을까?”라는 주제로 토론도 벌였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토스트 가게에 도착했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키오스크 앞에 섰다.
“자, 시작해 보자.”
‘매장에서 먹고 가기’를 누르자 화면에 뜬 글씨.
품절.
믿기지 않아 직원분께 물었다.
“사장님, 스머프 키링 행사 끝난 건가요?”
“네~ 없어요.”
아이들이 내 뒤에서 말한다.
“엄마, 이거 한정판이라 없으면 없는 거예요.”
“그래도 그냥 먹어요. 배도 고픈데.”
아이들과 나, 각자 메뉴 하나씩을 고르고 자리에 앉았다.
나는 스스로를 꽤 스마트한 사람이라고 생각해 왔는데, 왜 공식 앱을 깔아서 확인할 생각을 못 했을까.
혹시 다른 매장에는 남아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를 품고 부랴부랴 앱을 깔았다.
아이들과 나, 여덟 개의 눈동자가 휴대폰 위로 쏠렸다.
“여기… 품절. 여기는… 품절. 여기도? 품절. 여긴? 품절…”
“어?! 여기 있다!”
순간 다들 눈이 커졌다.
“근데… 완도야.”
아이들은 작게 탄식을 내뱉으며 살짝 들었던 엉덩이를 다시 의자에 붙였다.
“엄마가 둘째랑 이번 달 말에 서울 가면 삼시 세끼 토스트만 먹고 키링 받아올게.”
“엄마, 그땐 다 품절이에요. 너무 늦어요.”
“그래도 오늘 오길 잘했죠? 만약 금요일에 왔으면 ‘에이, 수요일에 왔으면 있었을지도 모르잖아’ 하면서 더 아쉬웠을 거잖아요. 오늘 와서 빨리 품절인 거 알게 된 게 낫죠.”
“근데 제주도에 캐럿이 이렇게 많아? 왜 벌써 품절이야.”
토스트가 나올 때까지도 아이들은 쉬지 않고 떠들었다.
그동안 우리는 늘 포장이나 배달로만 토스트를 먹어왔다.
크거나 딱딱하거나 질긴 음식은 피해야 하는 둘째가 편하게 식사할 수 있게.
(이 이야기는 언젠가 따로 써야겠다.)
오늘은 외부에서 먹는 첫 토스트였다.
괜히 거창하게 느껴졌다.
아이들은 타인의 시선을 의식해서인지 토스트보다 큰 포장지를 샥샥 접어 토스트를 감싸고, 꾹꾹 눌러가며 최대한 덜 지저분하게 먹으려 애쓰는 모습이 보였다.
입이 작은 아이들이라 그런지 집에서 먹을 때보다 훨씬 불편해 보였다.
그래, 토스트는 집에서 편하게 먹자.
파스타도 자장면도 입에 소스를 잔뜩 묻히면서 먹는 게 제일 맛있잖아.
엄마는 너희가 입 주변에 소스를 묻히기도 하고,
삐져나온 토핑을 손으로 날름 잡아당겨 입에 넣기도 하고,
식탁 위에 흘리기도 하면서 좀 더 편하게 먹었으면 좋겠다.
앞으로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불편한 식사 자리가 얼마나 많겠니.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과 어쩔 수 없이 밥을 먹어야 할 때도 있을 테고,
나도 모르게 상대를 불편하게 한 건 아닐까 괜히 신경 쓰이는 순간도 있겠지.
정말 먹기 싫은 음식을 억지로 먹어야 하는 날도 올 거야.
그러니까 가족과 함께하는 식사만큼은
그런 것들 조금 내려놓고 편하게 먹자.
묻혀도 좋고, 흘려도 좋아.
너무 커서 먹기 힘들면 가위로 잘게 잘라먹어도 괜찮아.
뭐 어때.
우린 가족이잖아.
그 정도는 서로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는 사이잖아.
겨우 토스트 하나로 참 심오해진 시간이었다.
어쨌든, SVT만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