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생신축하합니다.
주말 동안 엄마의 생신을 축하하기 위해 냉장고에서 꺼낸 몇몇 식재료와 며칠 전 미리 주문해 둔 떡케이크를 찾고 친정집을 향했다.
언제나 아이들을 반갑게 맞아주시는 엄마. 이번에도 여전히 찐~한 포옹으로 아이들과 인사한다.
엄마가 미리 준비해 두신 점심으로 간단하게 요기를 하고 귤밭으로 향했다.
봄이 되어 자라나는 귤나무 가지들을 전문가인 엄마의 손길로 손을 보셨는데 가지치기 과정에서 바닥에 수북하게 쌓인, 잘린 나뭇가지들을 정리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오늘은 나무 한 10개 잘라신가? 많이 안 해서."
라는 말에 너무 방심한 나.
오늘만 나무 10그루였고. 이미 일주일 가까이 작업을 하셨기에 밭의 절반이상이 잘린 나뭇가지로 덮여있었다.
어쩌랴, 여든 가까이 되신 엄마를 모르는 척할 수도 없고, 도와야지.
아이들이 나뭇가지를 들고 가기 편하게 한 아름씩 끌어 모아두면 나와 남편은 그걸 들고 밭 가장자리로 가서 이동하는데 불편하지 않게 구석에 꾹꾹 눌러 정리했다.
두 시간이면 끝날 거라는 나의 바람과는 다르게 거의 네 시간 동안 정리 작업이 이어졌다.
"게도 너네 왕 도와주난 영 일 해졈주. 어멍 혼자 어떵 이거 다 허크니. 저짝에 남은 디 전정허건덜랑 또 왕 해 주라이."
(그래도 너희들이 와서 도와주니 이렇게 일할 수 있구나. 엄마 혼자 어떻게 이거 다 하겠니. 저쪽에 나머지도 가지치기하면 또 와서 일 도와주라.)
"알아수다. 해사주 뭐 어떵헐거라."
(았겠어요. 해야지 뭐 어쩌겠어요.)
힘겹게 일을 마치고 집으로 가서 잠시 쉬다가 오늘의 저녁은 뭐가 좋을지 고민했다.
어머?! 오늘 WBC 한일전 경기가 있네.
한일전에는 뭐다? 치맥이지!
"엄마, 오랜만에 치킨 먹게."
"게메. 치킨 안 먹은 지도 오래되긴 해서. 저번에 너네 올 때 언제니? 그때 먹엉 고자 안먹어봐시난."
(그러게, 치킨 안 먹은 지도 오래되긴 했다. 지난번에 너희들 올 때 언제지? 그때 먹어보고 여태껏 안 먹어봤으니)
오케이! 면사무소 앞에 맛집으로 유명한 가게에 전화를 걸어 후라이드 두 마리와 똥집튀김을 주문하고,
집에서 챙겨 온 소라, 깻잎, 배를 꺼냈다.
오늘의 사이드 메뉴는 소라무침!
"엄마, 쪽파 이서? 쪼꼼만 뽑아다 줍서."
"넌 꼭 늙은 어멍 시켜사크냐. 이서보라. 뽑아오마."
(넌 꼭 늙은 엄마한테 시켜야겠니? 기다려봐라. 뽑아 올게)
남편이 선물 받은 아주아주 통통하고 맛있게 잘 삶아진 소라를 먹기 좋게 썰어내었다. 무려 세 조각으로 잘라야 될 만큼 컸다.
양파를 찹찹 썰고, 깻잎과 배도 썰고, 엄마께서 텃밭에서 뽑아온 쪽파도 쫑쫑 썰어내었다.
큰 그릇에 옮겨 닮아 고추장, 고춧가루, 매실액, 식초, 다진 마늘을 눈대중으로 넣어가며 살살살 무쳐주면 끝.
"엄마, 이거 한 번 드셔봐."
소라와 배를 같이 집어 엄마 입에 넣어드렸다.
"맛있져. 소라 잘도 훍은건게. 어디시난?"
(맛있네. 소라가 꽤 굵구나. 어디서 났니)
"선물 들어온 거. 우도꺼랜."
소라무침을 하다 보니 벌써 치킨을 찾으러 갈 시간이다. 남편과 함께 면내로 나가 마트에서 맥주와 비빔면을 사고 주문해 두었던 치킨을 찾았다.
음~. 고소한 치킨 향이 차 안 가득 들어찼다. 배가 고프기 시작했다.
집으로 가는 10분 남짓 하는 시간이 왜 이리도 길게 느껴지는지.
집에 도착해서는 아이들과 서둘러 큰 잔칫상을 폈다. 30년이 넘게 우리 집을 지키고 있는 잔칫상은 쓸 때마다 삐걱 끼걱 오래되고 낡은 소리가 난다.
쓸 때마다 늘 '다음에 새 상을 좀 사야겠다.'라고 하지만 막상 새로운 상을 집에 들이는 것이 왠지 모르게 어색하고 미안한 마음이 들어 여전히 바꾸지 못하고 있다.
커다란 접시 위에 치킨을 가득 담고, 똥집도 담아주고, 먹음직스럽게 빨간 소라무침을 담아내었고
엄마의 봄동 겉절이와 풋마늘 김치로 상 곳곳을 채워주었다.
오늘의 하이라이트. 떡케이크!
떡케이크게 "생신축하합니다"토퍼를 꽂아 아이들과 함께 큰 목소리로 생일 축하 노래를 불렀다.
"생신 축하합니다. 생신 축하합니다. 사랑하는 정여사. 생신 축하합니다."'
케이크를 한쪽으로 정리하고 따끈한 치킨과 시원한 맛의 소라무침을 먹으며 야구경기를 관람하기로 하였으나, 무슨 할 이야기가 그리도 많은지 우리 가족들의 입은 먹느라 그리고 이야기하느라 쉴 틈이 없었고 TV만 혼자서 열심히 중계를 할 뿐이었다.
치킨과 소라무침이 조금씩 바닥을 드러낼 때쯤 남편이 이야기한다.
"뭔가 허전하지? 우리 비빔면 먹을래?"
"그럼, 이번엔 우리가 해 볼게요."
1호와 2호가 얼른 일어나서 부엌으로 가서 한참 부지런을 떨더니 따뜻한 비빔면을 그릇 가득 가지고 왔다.
응? 비빔면이 왜 따뜻하지?
"얘들아, 이건 불닭볶음면이 아니야. 찬물로 충분히 식혀줘야 한다고!"
"그래도 이미 양념이랑 다 섞은 건데 어떻게 살리지도 못하고 그냥 먹자."
"어? 의외로 괜찮은데? 소라무침이랑 같이 먹어봐."
"나쁘지 않아. 먹을 만 해. 괜찮아."
"이정도믄 됐주. 아이들이 해 온 거 맛나게 먹으라."
"언니들이 잘했네."
각자 한 마디씩 보태며 먹다 보니 어느새 식탁이 싹 비워져 있었다.
"엄마, 배불러서 떡케이크는 먹지도 못하겠다. 동네 삼춘들 좀 나눠드릴까?"
"이서보라, 나 먹을 거 정리 좀 허게."
엄마는 좋아하시는 떡을 냉동실에 차곡차곡 정리하시고 또 동네에 친한 삼춘들께 나눠드릴 떡도 조금씩 나눠 정리하셨다.
내일 우리가 집으로 가고 나면 엄마는 느릿느릿한 걸음으로 삼춘들 집집마다 돌아다니시겠지?
'이거 우리 아이들이 생일 떡 사온거다.'자랑하시면서.
입도 행복하고 마음도 행복한 엄마의 생일을 만들어 드릴 수 있어서 참,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