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뽀얀 제주막걸리
토요일 저녁, 주방에는 지글지글 고기 굽는 소리가 가득 울려 퍼졌다. 학업에 지친 아이들, 쏟아지는 업무에 곧 쓰러질 것 같은 남편을 위해 힘이 나는 지녁을 준비해 주고 싶어 큰맘 먹고 준비한 것은 한우 2+ 등급의 고기였다.
마블링이 곱게 박힌 고기는 보기만 해도 흐뭇했고, 정육점에서 포장된 고기를 보는 순간부터 이미 마음이 든든해졌다.
숯불 위에서 구워 먹으면 더없이 좋았겠지만, 집에서는 아쉽게도 전기 플레이트 위에 무쇠 프라이팬을 올려 굽기로 했다.
프라이팬이 달궈지며 기름이 스며드는 소리와 함께, 치이익— 하는 소리가 주방을 울렸다.
순간 고소한 향이 퍼져나가자 아이들이 냄새를 따라 식탁으로으로 달려왔다.
“제일 큰 거 주세요!”라며 젓가락을 들고 서 있는 모습에 웃음이 터졌다.
익어가는 고기는 노릇노릇 윤기가 흐르고, 육즙이 봉긋 솟아올라 군침이 절로 돌았다. 나는 아이들을 위해 한 점씩 잘라 접시에 올려주었다.
아이들은 뜨거운 고기를 입에 넣고는 행복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고기 한 점에 부추 겉절이를 곁들이니 맛은 더 풍성해졌다. 아삭한 부추에 매콤 새콤한 양념이 더해져, 기름진 고기의 맛을 깔끔하게 잡아주었다.
한 판, 두 판 고기가 줄어들 즈음, 아이들은 “배불러요!”라며 웃음을 흘리고는 거실로 달려가 장난감을 꺼내 놀기 시작했다.
식탁에는 어느새 남편과 나만 남았다. 우리는 천천히 잔을 채워 막걸리를 따라 올렸다.
뽀얀 술잔을 부딪히며 하루의 수고를 서로 위로했다. 막걸리 특유의 구수한 향과 묵직한 맛이 고기의 고소함과 어우러지자, 온몸의 긴장이 스르르 풀려나가는 듯했다.
창가에는 가을 저녁 특유의 노을빛이 남아, 식탁 위를 은은하게 물들이고 있었다.
주방 가득 퍼진 고기 냄새와 식탁 위의 웃음소리가 뒤섞여, 그 어떤 식당에서도 느낄 수 없는 따뜻한 풍경을 만들어냈다.
잘 익은 고기를 한 점, 두 점 곱씹으며 남편과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은 그 자체로 값진 휴식이었다.
마지막으로 준비한 매콤한 비빔국수가 식탁 위에 올랐다. 고소한 참기름 향이 솔솔 풍기고, 빨간 양념에 버무려진 면발은 보기만 해도 식욕을 돋웠다.
잘 구운 소고기를 한 점 얹어 국수와 함께 싸 먹으니, 매콤 새콤한 양념이 입안을 가득 채우며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했다.
주중의 피곤함과 나른함은 어느새 잊히고, 입안 가득 퍼지는 맛과 식탁 위의 온기만이 남았다.
그 순간, 부엌과 식탁을 가득 채운 웃음, 음식의 냄새, 그리고 가족과 함께하는 따스한 공기가 마음 깊숙이 스며들었다.
비록 평범한 주말 저녁이었지만, 정성과 사랑이 담긴 한 끼는 우리 가족에게 잊지 못할 행복을 선물했다.
오랜 시간이 지나더라도 오늘 저녁의 풍경은 선명한 추억으로 남아, 다시 떠올릴 때마다 미소 짓게 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