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시원한 맥주
그날 저녁, 거실 테이블 위에는 막 구워낸 먹태가 노릇하게 놓여 있었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은근히 촉촉해, 손으로 찢으면 고소한 향이 툭 하고 터져 나왔다. 남편은 시원한 맥주를 두 잔 따르며 “오늘은 이거지” 하고 웃었다. 맥주잔에 맺힌 물방울이 여름밤의 시원함을 대신 전하는 듯했다. 한 입 먹태를 씹고 맥주를 들이켜자, 고소함과 시원함이 입안에서 한 번에 터졌다. 그 옆에서 아이들은 과자를 한 움큼씩 집어 먹으며 레모네이드를 홀짝였다. 레몬의 새콤함과 탄산의 톡 쏨에 아이들의 얼굴이 잠시 찡그러졌다가, 금세 웃음으로 바뀌었다.
맥주를 마시던 남편이 문득 웃으며 말했다. “우리 대학 때 얘기 좀 해줄까?” 그러자 아이들은 눈을 반짝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대학 시절 데이트하던 이야기로 돌아갔다. 그때 우리는 참 자주 술집에 갔다. 가벼운 맥주로 시작했다가, 때로는 달콤한 칵테일로 분위기를 바꾸고, 특별한 날에는 와인을 나눴다. 학생이라 형편은 넉넉지 않았지만, 작은 술잔 속에서 우리는 세상에서 가장 근사한 시간을 맛봤다.
술집을 나와 바람을 맞으며 걸어가다 가끔은 노래방에도 들렀다. 좁은 방 안에서 서로 마이크를 주고받으며 노래를 부르던 시간들. 그때의 웃음과 노랫소리는 지금도 생생하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그 시절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조금이라도 당시의 흥과 설렘을 전하고 싶었다.
그러던 중, 스피커에서 2000년대 히트곡의 멜로디가 흘러나왔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것은 최근 아이들이 좋아하는 아이돌이 리메이크한 버전이었다. 남편과 나는 원곡의 가사를 거의 외우다시피 하고 있었고, 아이들은 밝고 경쾌하게 편곡된 리메이크 버전에 익숙했다. 서로 다른 기억 속 같은 노래가 흐르자, 자연스럽게 목소리가 하나로 합쳐졌다. 아이들은 몇 구절을 틀리면서도 신나게 따라 불렀고, 우리는 원곡의 감성을 살려 힘주어 불렀다. 마이크 대신 젓가락을 들고 손짓과 발짓까지 보태며 거실 한가운데서 작은 콘서트가 펼쳐졌다.
그 순간, 먹태와 맥주, 과자와 레모네이드는 단순한 먹거리가 아니었다. 그것은 세대를 뛰어넘어 우리를 이어주는 매개였고, 지난 추억을 지금 이 자리로 불러오는 다리였다. 여름밤의 공기 속에 리메이크된 멜로디와 웃음소리가 한데 섞이며, 거실은 어느 작은 술집보다도, 노래방보다도 따뜻하고 환한 무대가 되었다. 아마 이 순간은 오래도록 우리 가족 앨범 속에 노래와 함께 남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