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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주일보 Mar 07. 2024

나홀로 나무와 용발톱바위

강상돈, 시인·前애월문학회장



제주 항파두리 항몽유적지에는 나홀로 나무가 있습니다. 항몽유적지 남쪽에 토성과 함께 자리하고 있는 소나무입니다.



사실 이 나무는 한그루만 있는 것이 아니고 양쪽으로 소나무가 몇 그루 더 있습니다. 그래서 나홀로 나무라 부르기엔 무리가 따르긴 합니다만,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나홀로 나무라 부릅니다. 이렇게 나홀로 나무라 부르게 된 것은 지난 2016년도 쯤 항몽유적지 역사문화탐방 행사를 진행하면서 시작됐다고 합니다. 행사를 하는 과정에서 이 소나무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기 시작된 이후 나홀로 나무라 부르게 됐습니다.



나무와 토성, 유채꽃 그리고 맑은 하늘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면 멋진 사진이 탄생합니다. 이곳의 명물이라 할 정도로 이 나무는 인기가 높아 이 나무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곤 합니다. 이 나무는 다른 소나무와 달리 웅장한 자태에 나무 형태도 꿋꿋합니다. 나뭇가지가 양쪽으로 둥글게 펼쳐진 모습은 안정감마저 줍니다. 그래서 나무를 바라볼 때면 마음까지 여유로워집니다. 그렇지만 이 나무도 오랜 시간 풍상과 고난을 겪어왔을 흔적을 생각하니 마음 한편이 아파옵니다.



묵묵히 서 있는 나무를 보고 있노라면 항몽유적지를 지키는 수호신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옆에 있는 토성과도 너무도 잘 어울립니다. 날씨가 화창해서인지 여행 온 가족들이 나무 사이를 여유롭게 걸어가는 모습은 바라만 보아도 그저 정겹기만 합니다.



한편 나홀로 나무에서 북서쪽으로 약 300m 정도 내려가면 왼쪽으로 유수암리로 가는 하천 중간에 ‘용발톱바위’가 있습니다. 언론에도 보도된 바 있지만, 이 바위는 필자가 항몽유적지 인근을 돌아보다 발견해 용발톱바위라 이름 붙였습니다. 이 바위를 보면 날카로운 용의 발톱을 연상하게 됩니다. 발가락으로 뭔가를 움켜쥐는 듯 하기도 하며, 어쩌면 한 마리 용의 하천 중간에서 날아가기 위해 발끝에 힘을 주는 모습 같기도 합니다. 필자는 평소에 바위에 관심이 많았는데 이번에 용발톱 바위를 발견하게 돼 감회가 새롭습니다.



좀 우스운 이야기지만 이 바위에 대한 이야기를 만들어 보았습니다.



‘김통정 장군이 몽골군과 마지막 항전을 펼칠 때 갑자기 안개가 피어오르고 땅이 흔들리는데 어디선가 용 한 마리가 나타나 몽골군을 짓밟는 등 활약을 펼쳤다. 하지만 그 후 수세에 밀려 김통정 장군이 군사들과 자결하자 용도 슬피 울다 산속으로 사라졌다. 그 때 용 발톱 하나가 화신으로 남아 지금까지 항파두리를 지키고 있다. 바위 앞에는 조그마한 물웅덩이가 있는데 그 때 용이 흘렸던 눈물이 고인 것이다.’



이렇듯 사소한 것에서 또 숨겨진 곳에서 이야기를 찾아 만들어내고 ‘나홀로 나무와 용발톱바위’를 하나의 테마로 연계해 나간다면,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겐 잊지 못할 추억뿐만 아니라 제주를 찾는 관광객들에겐 아주 특별한 명소가 될 것입니다.



갑진년 용의 해, 용발톱바위를 발견한 만큼 이곳을 찾아오는 모든 사람들에게 용의 성스러운 기운을 가득 받아 원하는 모든 소망이 이루어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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