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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주일보 Apr 22. 2024

담배와의 전쟁

김재범 편집국장



▲영국의 윈스턴 처칠 전 총리는 지독한 애연가의 상징으로 회자돼 왔다. 늘 시가(담배)를 입에 물고 촬영된 사진도 많다. 시가만 따로 보관하는 특별보관실이 있을 정도다. 심지어 전투기에서 산소마스크에 구멍을 뚫어 담배를 태웠다. 그가 피우다 만 9.5㎝의 시가 꽁초는 4500파운드(840만원)에 팔리기도 했다. 2010년 경매에서 낙찰된 가격이다. 이 꽁초는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1년 8월 22일 긴급 각료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피우다 만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처칠은 시가 연기를 들이마시지 않는 ‘뻐끔담배’를 즐겨 ‘무늬만 골초‘라는 주장도 있다.




▲처칠도 놀랄 금연 법안이 영국에서 논의돼 주목을 받고 있다. 2009년 출생자부터는 영원히 담배를 구입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흡연 없는 세대를 만들기 위한 강력한 금연 정책이다.




반대 목소리도 있다. 자유주의적 가치에 어긋난다는 주장이다. 보리스 존슨 전 총리는 “처칠의 당이 시가를 금지하다니 미친 일”이라고 비난하기까지 했다.




논란 끝에 이 법안은 최근 영국 하원에서 1차 관문을 넘었다. 앞으로 법안은 관련 위원회 심사와 전체 회의 보고, 3차 독회를 거쳐 하원을 통과하면 상원에서 표결하는 절차를 남겨두고 있다.




▲담배와의 전쟁은 세계 각국에서 벌어지고 있다. 담배는 해롭기만 하고 이로운 게 없는 백해무익(百害無益)한 존재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실제 흡연 관련 질환으로 사망자가 늘고 있다.




이에 포르투갈은 비흡연 세대를 목표로 담배 판매나 공공장소 흡연을 제한하는 법안 만들기에 나서고 있다. ‘흡연자들의 천국’이라는 불리는 프랑스는 흡연 허용 구역 외에 실외에서의 흡연 단계적 금지, 일회용 전자담배 판매 금지를 예고했다.




이탈리아 토리노에서는 타인과 5m 이상 떨어져 담배를 피우지 않으면 과태료가 부과된다.




▲앞으로 진행될 영국 금연 법안의 최종 결론이 궁금해진다. 앞서 뉴질랜드는 세계 최초로 2009년 이후 출생자에게 평생 담배 판매를 금지하는 법안을 2022년 통과시켰다. 그러나 지난해 정부가 뒤바뀐 후 세수 부족 우려 등을 이유로 이 법안을 폐지했다. 이처럼 금연법 추진 과정은 험난하기만 하다. 하지만 국민 건강을 진정으로 우선한다면 세수 확보를 위한 담뱃값 인상 카드보다 실질적 금연 정책이 효과적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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