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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주일보 Apr 29. 2024

전국해녀협회 출범을 앞두고…

박상섭 편집위원



‘둥실둥실 테왁아 둥실둥실 잘 가라/…/ 누대로 섬을 지켜온 그들이 퇴장한다// 그만둘 때 지났다고 등 떠밀진 말게나/ 반도의 해안선 따라 / 바다 밑은 다 봤다는 불턱의 저 할망들도 한때 상군이 아니던가//…/ 어머니 숨비소리 대물림 끊긴 바다/ 숭고한 제주 바당에 거수 경례하고 싶다’




지난해 5월 별이 된, 혈관 속에 늘 詩가 흐르던 제주 사내 오승철 시인의 ‘다 떠난 바다에 경례’다. 시를 읽어보면 해녀의 전역식이 눈에 보이는 듯하다.




이병에서 수많은 계급을 거쳐 대장을 달고 전역하는 모습이다. 누가 거수 경례를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얼굴의 주름살이 모두 계급장인데. 문제는 전역하는 해녀는 많은데 입대하는 해녀는 드물다는 것이다. 그래서 어머니 숨비소리 대물림이 끊긴 바다가 됐다. 해녀가 없는 제주 바다를 걱정하는 시인의 심정이 읽힌다. 




▲일제 강점기 때 어떤 이들은 민족의 영혼을 외면하고 개인의 영달을 위해 일본군 장교로 가 독립군을 핍박할 당시 제주 해녀들은 항일운동을 벌였다. 




친일파의 음습한 역사에 비해 얼마나 찬란한 역사를 지녔는가. 그런데도 제주의 해녀 수가 빠르게 줄고 있어 안타깝다. 1970년 1만4143명에 이르던 해녀가 1980년 7804명, 2023년 2839명으로 줄어들었다. 3000명 선마저 붕괴된 것이다. 이처럼 해녀의 존립이 어려운 때 제주도가 전국 단위의 해녀 단체를 만들기로 해 관심이 쏠린다. 제주도는 강원, 울산, 부산 등지의 전국의 해녀가 참여하는 전국 해녀협회를 9월께 출범하기로 했다. 전국해녀협회는 전국에 있는 해녀 약 1만명의 역량을 결집해 국가 차원의 지원 정책을 요구할 계획이다. 




▲제주도를 포함해 8개 시·도 해녀들이 참여하는 전국해녀협회는 6월 전국해녀협회 발기인 총회를 갖고 발기인을 중심으로 창립준비위원회를 구성해 9월 제주해녀축제에서 창립총회를 열 계획이다. 또한 10월에 해양수산부에 비영리 사단법인 설립 허가를 신청하고 11월 설립 등기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해녀의 보전과 역량 강화를 위한 제주도의 이러한 계획이 제대로 이뤄졌으면 좋겠다.




소설가 박범신은 해녀의 숨비소리를 두고 ‘태초에 그 소리가 있었네/ 정결한 아침햇빛 같은/ 세계의 모든 처음을 여는 소리/ 모든 말의 시작/ 모든 숨결의 기원/…’이라고 했다.




‘호이~호이~.’ 해녀의 숨비소리가 오늘도, 내일도 우리나라 바다에 울려 퍼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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