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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주일보 May 07. 2024

머그샷

김대영 편집이사 겸 대기자



지난해 8월 말 잔뜩 찡그린 얼굴의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머그샷이 공개돼 화제가 됐었다. 미국 조지아주의 풀턴 카운티 구치소가 트럼프에게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 없이 일괄적으로 머그샷 촬영을 강행했기 때문이다. 그는 역대 최초로 머그샷을 찍은 전직 대통령으로 남게 됐다. 




머그샷은 신원 확인용으로 범죄자의 얼굴을 찍는 것을 말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수사기관이 중대 범죄 피의자의 얼굴을 강제로 촬영해 공개할 수 있도록 한 이른바 ‘머그샷 공개법’(특정 중대범죄 피의자 등 신상정보 공개에 관한 법률)이 올해 1월 25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수사기관이 피의자의 신상 정보를 공개할 때 결정일로부터 30일 이내의 얼굴을 공개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필요에 따라 피의자의 얼굴을 강제로 촬영할 수 있으며, 인터넷을 통해 30일간 공개된다. 




지난달 22일 수원지검은 여자친구를 흉기로 찔러 살해하고, 그의 어머니도 다치게 한 혐의로 기소된 26세 김레아씨의 신상정보를 공개했다. 법 제정 후 검찰이 피의자의 머그샷을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첫 사례다. 수원지검 신상정보 공개심의위원회는 지난달 5일 ▲모친 앞에서 A씨가 살해당한 범죄의 잔인성·피해의 중대성 ▲김레아의 자백 등 인적·물적 증거의 충분한 확보 ▲교제 관계에서 살인으로 이어진 위험성 등을 국민에게 알려 교제 폭력 범죄 예방 효과 기대 ▲피해자 측의 신상정보 공개 요청 의사 등을 고려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이후 김씨가 공개 결정에 불복해 취소 소송과 집행정지 가처분을 법원에 제기했지만, 법원은 기각했다. 법원은 “신청인의 행위로 인한 피해자들의 극심한 피해와 사회에 미치는 고도의 해악성 등을 고려하면 국민의 알권리 보장, 동일한 유형의 범행을 방지·예방해야 할 사회적 필요성이 인정돼 신상정보를 공개하는 것은 공공의 이익과 연관성을 갖는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피의자 신상 공개 자체가 적지 않은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점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헌법상 무죄추청 원칙에 대해 예외를 인정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만에 하나라도 신상 공개 대상자 중에서 나중에 법원에서 무죄로 판단된 사례가 나올 경우에는 제도 자체의 존립이 위태로울 수도 있기 때문이다.




머그샷 공개의 역기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피의자 신상 공개 요건의 엄격성이 지속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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