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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주일보 Jul 25. 2024

‘민심’과 ‘국민 눈높이’

김승종 논설실장




조선의 설계자 정도전은 정치 행위에 대해 “세상을 다스리는 것은 다른 방책이 있는 것이 아니라 민심을 따라서 하늘을 받드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고려는 왕씨의 나라가 아니라 백성의 나라이니 민심을 어찌 거스를 수 있는가”라며 조선 건국의 정당성을 민심에서 찾았다. 김진섭이 쓴 ‘정도전의 선택’에 실려 있는 글이다. 그만큼 정도전의 정치 중심에는 ‘민심’이 있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중국 최고의 역사책 ‘사기’의 저자인 사마천은 ‘화식열전’에서 정치의 다섯 단계를 논했다.




첫째는 ‘고선자인지(故善者因之)’ 정치를 잘하는 최고의 경지는 순리대로 내버려두는 것, 즉 백성의 마음을 따라가는 것이라고 했다. 




둘째는 ‘기차이도지(其次利道之)’ 이익으로 백성을 이끄는 것, 셋째는 ‘기차교회지(其次敎誨之)’ 백성을 가르쳐 깨우치게 하는 것, 넷째는 ‘기차정제지(其次整齊之)’ 법으로 가지런히 바로 잡는 것이라고 했다.




최악의 정치는 ‘최하자여지쟁(最下者與之爭)’ 백성과 더불어 싸우는 것을 꼽았다.




▲지난 23일 열린 국민의힘 4차 전당대회에서 한동훈 후보가 새 당대표로 선출됐다. 




한 대표는 선거인단 득표율 62.65%, 여론조사 지지율 63.46%, 합산 62.84%라는 압도적 득표율로 당선됐다. 한 대표는 이날 당대표 수락 연설에서 “당원과 국민 여러분은 변화를 선택했다”며 “민심과 국민 눈높이 더 반응하자”고 했다. 




“민심 이기는 정치는 없다”며 “건강하고 생산적인 당정 관계와 합리적인 토론을 통해서 민심을 정확히 파악하고 그때그때 때를 놓치지 말고 반응하자. 그래서 민심의 파도에 우리가 올라타자”고 강조했다. 민심과 싸우면 안 된다고 분명하게 선도 그었다. 




정도전의 민본주의와 사마천의 주창한 정치의 다섯 단계를 염두에 둔 듯하다.




▲국민의힘 한동훈호가 새로 닻을 올렸지만 당 안팎으로 막중한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안으로는 전당대회에서 불거진 당내 갈등 봉합, 수평적 당정 관계 정립이 최우선 과제다.




밖으로는 채상병 특검법,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겨냥한 쌍특검법, 한동훈 특검법 등 야당의 집중 공세에 어떻게 대응해 나갈 것인지가 최대 관심사다. 




한동훈호의 운명은 이 핵심 난제들을 국민 눈높이에 맞게 해결하고 민심의 파도에 올라탈 수 있느냐에 달렸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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