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영 편집이사 겸 대기자
“나 이제 가노라 저 거친 광야에 서러움 모두 버리고 나 이제 가노라.”
이 시대 문화운동의 거인 김민기가 지난달 21일 아침이슬처럼 떠났다. 그는 1970~80년대 저항 음악과 청년문화의 상징이었지만, 자신이 앞장서서 투쟁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늘 어려운 이들과 묵묵히 함께하려던 사람이었다.
김민기는 자기를 돋보이게 하는 일, 앞에 나서는 일을 꺼렸다.
학전(學田)이라는 무대를 통해 후배들에게 “나는 뒷것이고, 니네는 앞것”이라는 말로 늘 자신이 ‘앞것’이 아닌 ‘뒷것’이길 원했고, 그렇게 살았다.
그는 스스로 뒷것의 삶을 살았지만, 그와 인연을 쌓은 이들은 시대를 대표하는 앞것이었다.
그와의 인연을 바탕으로 최고의 자리까지 오른 스타는 나열하기 어려울 정도다.
▲이번 파리 올림픽에서 ‘제주의 딸’ 오예진 선수가 한국사격팀에 8년 만의 금메달을 안기면서 제주도민들은 물론 국민들을 열광케 했다.
오예진은 지난달 28일 프랑스 샤토루 슈팅센터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사격 공기권총 10m 결선에서 대표팀 선배이자 룸메이트인 김예지와 치열한 접전을 벌인 끝에 금메달을 차지했다.
오예진은 올림픽 직전 기준 세계사격연맹(ISSF) 공기권총 10m에서 여자 세계랭킹 35위에 불과했다.
하지만 대한사격연맹은 오예진이 최적의 기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홍영옥 지도자를 여자 권총 대표팀 코치로 영입했다.
사격 대표팀에서 ‘비밀 병기’로 지목하고 철저하게 대회를 준비한 결과가 금메달로 이어진 것이다.
오예진을 발굴하고 지도해 온 홍영옥 코치는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제주여자상업고등학교에서 3년 동안 오예진을 전담해서 가르쳤다.
오예진이 “홍영옥 코치님은 사격이라는 스포츠에 온전히 몰입할 수 있게 해주신 분”이라고 말할 정도다. 홍 코치는 말 그대로 지금의 올림픽 챔피언 오예진이 탄생할 수 있도록 뒷것을 자처했다.
홍 코치는 1998년 서울 올림픽에 출전했지만 메달을 따내지 못했는데, 이번에 오예진이 금메달을 따내며 선배이자 스승인 홍 코치의 한을 말끔히 풀어냈다.
▲모두가 앞것이 되고 싶어 하고, 앞것에 환호하는 시대다.
하지만 우리 사회 한구석에는 늘 뒷것이길 자처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이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버팀목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