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제주박물관에서의 '향유'

by 제주일보

오영호, 시조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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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제주박물관은 사라봉 입구에 터를 잡고 2001년 개관했다. 목적은 제주의 역사와 문화에 관련된 다양한 자료와 유물을 수집·보존하는 한편, 체계적인 전시와 학술조사·연구, 교육이다. 전시관 문을 열고 들어서면 구석기 시대로부터 조선 시대로 이어진 유적을 통해 섬사람들의 독특한 문화를 엿볼 수 있다. 또한 해양 문화의 중심지로 독자적인 문화를 창조해왔음도 느낄 수 있다. 관습과 학문, 유배, 표류 등 정치 사회 문화 제 분야에서 변화와 역사적 전개 과정을 바탕으로 전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근래 들어 ‘정신적인 향유’에 대한 요구가 더욱 넓고 깊어지고 있다. 이에 맞춰 어린이 박물관, 기획전시실, 실감영상실도 구축되었다. 다채로운 전시와 각종 체험교육 및 문화 공감 프로그램의 지속적 운영으로, 문화와 예술의 숨결이 가득한 진정한 제주의 문화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특히 2022년 4월부터 5월까지 178년 만에 제주로 돌아온 국보 세한도(歲寒圖) 특별 전시는 두루마리의 길이만큼이나 많은 이야기와 함께 관람객을 흥분의 도가니로 빠뜨리기도 했다. 추사가 추운 겨울에도 푸르른 송백처럼 시련 속에서도 신의를 굳게 지킨 제자 이상적(李尙迪)에게 변치 않은 마음을 압축적으로 그린 그림이다. 일본인의 손에 들어갔기도 했던 세한도는 우여곡절 끝에 돌아왔고, 손창근(1929~2024) 선생의 숭고한 기증으로 국가의 품으로 안기게 됐음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될 일이다.



다음으로 이건희(1942~2020) 회장 기증 특별전이다. 올해 4월 23일부터 7월 21일까지 제주도립미술관에서 ‘이건희 컬렉션’이 열렸다. 또한 6월 4일부터 8월 18일까지 국립제주박물관에서는 이건희 회장의 기증품 2만 1천여 점에서 엄선한 대표 문화유산 360여 점을 특별 전시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금속, 토기, 자기, 고가구, 조각, 서화 등이다. 작품 중엔 국보 ‘일광삼존상’ 등 다채로운 보물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옥외 전시장엔 제주 현무암 등으로 만든 동자석과 문인석 55점도 상설 전시되고 있다.



왜 박물관을 찾을까. 역사의 숨결을 느끼고 싶거나, 훌륭한 작품으로부터 예술의 감동을 얻기 위함일 것이다. 박물관을 제대로 즐기는 방법은 쪼개보고, 골라보고, 오래 보고 천천히 보는 것이다.



연일 폭염이다. 국립제주박물관으로 피서를 가보면 좋지 않을까. 특별전도 며칠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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