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종 논설실장
오늘은 24절기 중 열네 번째 절기로 ‘무더위가 그친다’는 처서(處暑)다.
입추(立秋)와 백로(白露) 사이에 있다. 입추는 ‘여름 가고 가을로 접어든다’는 절기지만 실제로는 곧바로 말복이 이어진다는 점에서도 알 수 있듯이 무더위가 한창 기승을 부리는 때다.
백로는 ‘흰 이슬’이라는 뜻으로 밤에 기온이 내려가 풀잎에 이슬이 맺힌다는 절기다. 완연히 가을에 접어들었음을 알리는 시기다.
따라서 입추와 백로의 중간에 있는 처서가 되면 선선한 가을을 기대하기에는 아직 이른 감이 있으나 일반적으로 폭염과 열대야에서는 벗어날 수 있었다.
▲올해는 처서를 앞두고 태풍까지 한반도로 북상했지만 고온다습한 공기를 몰고 온 탓에 처서가 되면 무더위가 사라지는 ‘처서 매직’도 기대할 수 없게 됐다.
제9호 태풍 ‘종다리’가 지난 20일 오후 6시께 제주 서쪽 100㎞ 해상을 통과, 20일 오후 9시 흑산도 남남동쪽 약 30㎞ 부근 해상에서 열대저압부로 약화된 후 소멸됐다.
태풍 종다리의 영향으로 제주는 산간 지역을 중심으로 시간당 50㎜ 내외의 많은 비가 내렸으나 별다른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오히려 비가 충분히 내려 가뭄이 해소되길 기대했던 농민들은 비는 오지 않고, 앞으로 당분간 폭염과 열대야가 이어질 것이라는 일기예보에 한숨만 절로 나고 있다.
▲올여름 제주는 역대급 찜통더위와 열대야가 연일 지속되고 있다. 태풍 종다리가 제주를 빠져나간 지난 20일 저녁부터 21일 아침 사이에도 도 전역에서 열대야 현상이 나타났다.
올해 도내 지역별 열대야 일수(21일 기준)는 제주(북부) 46일, 서귀포 39일, 성산 37일, 고산 32일이다. 제주(북부)는 지난 7월 15일 이후 37일째 연속으로 열대야가 이어지고 있다. 제주지방기상청은 앞으로도 최소한 이달 말까지 폭염 및 열대야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 역대급 기록도 갈아치울 모양새다.
▲예로부터 선조들은 처서가 지나면 조상 산소를 찾아 벌초를 했다. 제주지역도 이번 주말부터 벌초를 시작한다. 연일 계속되는 불볕더위에다 일부 지역은 가뭄으로 정신없지만 벌초는 반드시 해야 된다. 조상의 은덕을 기리는 전통의례이기 때문이다. “제사를 안 한 것은 남이 몰라도 벌초 안 한 것은 남이 안다”는 속담도 있지 않은가.
여러모로 올해 처서는 아쉬움만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