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남방큰돌고래의 생태법인화

by 제주일보

박상섭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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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바다에 고래가 없으면/ 푸른 바다가 아니지// 마음속에 푸른 바다의 고래 한 마리 키우지 않으면 청년이 아니지// 푸른 바다가 고래를 위하여 푸르다는 걸 아직 모르는 사람은 아직 사랑을 모르지// 고래도 가끔 수평선 위로 치솟아 올라 별을 본다// 나도 가끔 내 마음속의 고래를 위하여 밤하늘 별들을 바라본다.’




정호승 시인의 ‘고래를 위하여’다.




아주 오래전에 고래가 바다로 되돌아가지 않았다면 푸른 바다가 아닐 뻔했다. 척추동물 진화의 끝은 포유류다. 어류로부터 양서류, 파충류나 포유류성 파충류, 조류, 포유류 순으로 진화했기 때문이다.




고래는 바다에 살지만 포유류다. 과거 육지에서 새끼에게 젖을 먹였던 동물이다. 그런데 어느 날 바다로 돌아갔다. 그들은 왜 바다로 돌아갔을까.




먹이가 부족했던 걸까. 아니면 기상 조건이 살기에 부적합했을까. 그도 아니면 포식자가 두려웠을까. 진화를 거절한 이유가 궁금하다.




아니면 또 바다로 가는 것이 그들에게는 다른 방향의 진화였을까.




▲제주 연안에 생활의 터전을 잡은 돌고래로 국제보호종인 제주남방큰돌고래는 제주의 큰 자원이다.




제주도민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 사람들도 이 고래를 보기 위해 제주를 찾고 있다. 제주 자연과 더불어 또 하나의 제주 보물인 셈이다. 그러니 우리는 이 귀한 돌고래를 보호할 의무가 있다.




제주돌고래긴급구조단은 지난 16일 새끼 남방큰돌고래 ‘종달이’ 부리에서 꼬리까지 몸통에 묶여 있던 낚시줄을 절단했다. 낚시줄에 감긴 모습이 발견된 지 10개월 만이다. ‘고래를 위하여’ 많은 사람들이 힘 기울인 덕분이다. 푸른 바다속으로 간 종달이는 가끔 밤하늘 별들을 볼 것이다.




자기를 살려준 사람들의 모습도 기억할 것이다.




▲제주도가 제주남방큰돌고래를 우리나라 ‘제1호 생태법인’으로 지정하기 위해 제주특별법 개정안 발의를 추진하고 있어 관심이 모아진다.




생태법인은 사람 외 생태적 가치가 높은 자연환경이나 동·식물에 법인격을 부여하는 것이다. 이 법이 통과되면 고래도 후견인이나 대리인을 통해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제주남방큰돌고래가 피해를 입었을 경우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법적인 다툼을 떠나 제주남방큰돌고래를 친구처럼 아끼는 마음이 우선이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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