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영 편집이사 겸 대기자
삼복더위가 지나고, 모기 입도 삐뚤어진다는 처서(處暑)도 지났지만 밤낮을 가리지 않는 무더위는 여전하다.
제주는 살인적인 폭염과 함께 42일째 열대야가 이어졌다. 관측 이래 최장 열대야 기록인 2013년 44일을 갈아치우는 것은 시간문제다. 지속되는 폭염과 스콜처럼 변한 폭우 등 다양한 현상들이 기후문제가 우리 일상 속에 깊숙이 들어와 있음을 실감케 한다.
온열환자가 속출하고 가축과 어류가 대량 폐사하는 등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폭염과 국지성호우 등 기후변화가 뉴노멀이 됐다.
▲기록적인 폭염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기상청이 ‘폭염백서’를 내기로 했다. 이는 폭염이 뉴노멀이 된 현실과 무관치 않다.
기상청이 장마나 태풍, 엘니뇨 등에 대해 백서를 낸 적은 있지만, 폭염백서를 발간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폭염백서에는 우리나라가 그간 겪은 폭염에 대한 기록과 폭염 발생 원인 및 구조, 중·장기 폭염 전망, 폭염이 사회에 끼치는 영향 등이 담길 예정이다.
기상청이 폭염백서를 준비하는 것은 기후변화로 인해 폭염이 점차 극심해지면서 재난 수준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폭염을 태풍이나 엘니뇨 같은 재난과 이상 기후의 지표로 본 것이다. 늦었지만 의미 있는 일이다.
폭염은 2019년부터 재난안전법상 자연재난에 포함됐다.
연평균 폭염일(일 최고기온이 33도 이상인 날)이 31일에 달해 사상 최악의 폭염을 겪은 2018년에 온열질환자가 4526명 발생했고, 이 중 48명이 목숨을 잃었기 때문이다.
특히 질병관리청 연구에 따르면 당시 폭염으로 인한 초과사망자도 790명에 달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폭염으로 피해를 보는 사람들은 주로 야외에서 일하는 농부, 건설·택배 노동자와 쪽방에서 사는 고립된 삶의 노인 등 에너지 빈곤층이다.
이 때문에 폭염은 그 영향이 평등하지 않은 사회적 재난이기도 하다. 에너지 빈곤층에 대한 지원과 폭염 시 작업중지권의 법제화 등 폭염 안전망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
폭염백서가 단순히 폭염에 대한 기록만을 담은 기초자료에 그칠 것이 아니라, 폭염의 영향을 받는 삶들을 기록할 때 의미가 더욱 클 것이다.
폭염백서의 발간이 우리 사회의 약한 부분을 점검해 보는 기회가 되길 희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