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범 편집국장
황귤가가자작림(黃橘家家自作林, 노란 감귤 집집마다 저절로 숲을 이루니)/ 양주추색동정심(楊州秋色洞庭心, 동정호 가에 있는 양주인 듯 가을빛이 깊었네)/ 천두괘월층층옥(千頭掛月層層玉, 가지 끝마다 걸린 달은 층층이 옥이요)/ 만과함상개개금(萬顆含霜箇箇金, 서리 머금은 열매는 낱낱이 금이로다)/ 화리선인승학의(畵裏仙人乘鶴意, 그림 속에 선인이 학을 탄 듯)/ 주중유객청앵심(酒中遊客聽鶯心, 술 취한 나그네가 꾀꼬리 소리 듣는 듯)/ 세간욕치봉후부(世間欲致封侯富, 세상에 부귀영화 이루려 하는 사람들)/ 저사주문도리심(底事朱門桃李尋, 무엇하러 권세가를 찾아다니는고)
제주인 최초로 영주십경(瀛州十景) 근체시를 쓴 이한우(1818~1881)의 ‘귤림추색(橘林秋色)’ 칠언율시다.
그는 제주의 10대 명승지 중 황금빛으로 가을을 물들이는 비경을 이렇게 표현했다.
▲제주섬 돌담 너머로 노랗게 탐스럽게 익어가는 감귤은 애증의 역사를 갖고 있다.
감귤은 고려와 조선시대 임금에 올리는 진상품이었으니 귀했다. 조선 후기에는 진상품 징수를 늘리자 농가에서 노역과 부담이 커져 감귤 재배를 기피하기까지 했다.
국민과일로 대표되는 온주밀감은 1960년대 이후 ‘대학나무’로 불릴 만큼 부농의 기적을 만들었다. 2000년대 이후 노지감귤은 수익성이 떨어졌다. 품종 다양화, 비닐하우스 가온 재배 등 몸부림을 치고 있지만 기후온난화 영향으로 열과 피해가 발생하기도 한다. 농민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귤림추색의 계절을 맞아 뜻깊은 행사가 주목을 받고 있다.
제주국제감귤박람회가 오는 13일부터 19일까지 서귀포농업기술센터 등에서 펼쳐진다.
특히 올해는 국제감귤학회 학술대회가 우리 나리에서 처음으로 열린다. 11일부터 15일까지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이 행사에는 세계 감귤학자들이 참석한다. 한국인 최초로 국제감귤학회장을 맡은 송관정 제주대 교수 등은 성공 개최 준비에 여념이 없다. 제주 감귤의 우수성, 위상을 높여 감귤 산업의 국제 경쟁력 확보, 해외 수출 확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제주 감귤을 사랑하는 많은 분이 이 행사를 찾았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