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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일보 춘하추동-올해 제주 동백꽃은 더 아름답다

by 제주일보

김승종, 서귀포지사장 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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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제주의 동백꽃은 유난히 아름답다.



‘누구보다 그대를 사랑한다’, ‘애타는 사랑’, ‘열정’을 뜻한다는 붉은색 동백꽃도, ‘그리움’을 의미하는 분홍색 동백꽃도, ‘순결’과 ‘비밀스런 사랑’을 상징하는 하얀색 동백꽃도 모두 화사하게 제주섬을 덮었다.



제주4·3으로 인해 억울하고 비통하게 스러져 갔던 우리의 부모·형제·친지·이웃들의 가엽고 맑은 영혼들이 동백꽃으로 피고 지길 75년.



올해는 그 동백꽃이 여느 때보다 선명하고 찬란하게 빛을 발하고 있다.



▲기나긴 세월, 차디찬 땅속에서 통한의 울분으로 끝 모를 어둠의 장막이 걷히기만을 학수고대해야 했던 4·3희생자들의 피맺힌 한이 용서로 승화했음이리라.



그리고 억울한 누명이 풀려 한평생을 옥죄던 굴레를 벗고, 얼마 남지 않은 생을 편안히 살고 싶었던 4·3 수형인 생존자의 애달픈 소망도 이뤄졌기 때문일 것이다.



이뿐이랴. 가족의 억울한 죽음으로 무너질 대로 무너져 숨쉬기조차 힘들었던 가슴을 부여잡고 수십 년의 삶을 버텨온 유가족들에게도 따뜻한 봄볕이 스며들기 시작한 것이다.



▲때마침 지난 29일 제주지방법원 형사 제4-1부(재판장 장찬수 부장판사)에서 열린 4·3수형인 73명에 대한 재심 재판에서 전원 무죄가 선고됐다.



지난해 2월 제주4·3특별법 개정안이 21년 만에 통과되면서 △희생자와 유족에 대한 위자료 지급 △추가 진상조사 △군사재판 4·3수형인의 명예회복을 위한 특별 재심 △행방불명인들의 가족관계등록부 일괄 정리 등의 법적 근거 마련에 따른 결실이다.



이와 아울러 제주특별자치도는 30일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위원회 제28차 심의 결과, 총 3272명이 4·3희생자 및 유족으로 추가 결정됐다고 밝혔다.



제주4·3특별법 시행령도 다음 달 5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되면 일주일 후인 12일에 발효될 예정이다. 일정대로 추진되면 오는 6월부터 4·3희생자 보상금 신청도 시작된다.



▲올해 4·3의 피날레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제74주년 제주4·3희생자 추념식 참석과 제주4·3 완전한 해결에 대한 새정부의 의지 표현이다.



추념식 참석에 긍정적 답변을 해왔던 만큼 성사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윤 당선인이 4·3유족과 제주도민들에게 곱디고운 동백꽃 한송이를 선사해 주길 기대한다.


http://www.jeju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219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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