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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일보 춘하추동-네모난 세상

by 제주일보

김대영, 편집이사 겸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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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가수 유영석이 발표한 ‘네모의 꿈’은 동심어린 상상력으로 표현한 노랫말이 관심을 끌며 발표 이후 20여 년간 교과서와 동요 앨범에 수록되며 널리 사랑받고 있다. 이 노랫말이 글이 돼 만들어진 그림책 ‘네모의 꿈’에서 주인공 아이는 아침에 네모난 침대에서 일어나 네모난 방문을 열고 나와 네모난 식탁에서 밥을 먹는다.



네모난 책가방을 메고 네모난 버스를 타 네모난 학교와 학원에 가면 네모난 책상에서 네모난 책을 펼치고, 네모난 칠판을 보며 하루를 지낸다.



어른들은 “세상은 둥글게 살아야 해”라고 충고하지만 아이의 눈에는 세상 사람 모두가 네모난 미로 속에서 같은 곳만 왔다 갔다 하는 것처럼 보인다.



학원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네모난 풍선껌을 씹어서 동그랗게 만들어 날린 풍선은 네모난 세상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킨다.



▲사상 처음으로 30대에 거대 정당의 대표로 선출된 국민의 힘 이준석 대표.



탄핵사태 이후 지리멸렬하던 야당의 새로운 희망으로 떠오르며 당 대표에 뽑혔고, 이후 파격적인 행보로 당을 이끌며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정권을 교체하는 데 한 몫을 했다.



TV 속 화면에 비춰질 때마다 그의 손에는 항상 노트북이 들려 있었고, SNS 정치를 즐겨하는 그에게서 사람들은 기성 정치와는 사뭇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다.



최근 이 대표가 출근길 지하철 시위를 벌여온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를 비판하는 발언을 연일 쏟아내면서 논란을 빚었다. 그는 페이스북을 통해 “불특정 다수의 불편을 볼모 삼는 시위방식을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5월 10일이면 국민의 힘은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집권당이 된다.



새 정부와 집권여당이 선거로 인해 야기된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국민통합에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상황에서 사회적 약자들이 구성한 단체와 대립각을 세우는 이 대표의 행보는 이해하기 힘들다.



정치 지도자는 어떠한 경우에도 국민 탓을 하면 안된다.



국민과 싸우고 훈계하는 정치 지도자는 성공할 수 없다.



이 대표도 노트북이라는 네모난 세상에서 나와 국민의 주장에 귀를 기울이고, 자신과 주장이 다르다면 끝까지 설득하려고 해야 한다. 더 이상 네모난 세상 속이 아니라 국민이라는 현장 속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http://www.jeju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219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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