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관훈, 제주테크노파크 수석연구원/논설위원
서울에서 대학원 다니는 아들이 털컥 코로나에 걸렸다. 그런데도 가보지 못하고 동동거리기만 하는 부모 마음은 지옥 불 같다. 통계청 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국민 10명 중 3명은 몸이 아플 때 집안일 부탁할 사람이 주변에 없고, 10명 중 5명은 급하게 목돈이 필요해도 손 벌릴 지인이 없다고 한다. 10명 중 2명은 힘들거나 우울해도 속 터놓고 이야기할 사람이 없다. 집안일 부탁해도 될 만큼 가까운 친구, 갑자기 목돈 빌릴 수 있는 지인, 외롭고 어려울 때 내 이야기 들어줄 사람 모두 코로나 전보다 감소했다.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사회적 고립감이 커졌다. 코로나 방역에 모든 정책 역량을 집중하다 보니 정작 개인이나 집단의 트라우마, 소외, 단절, 상실에 대한 대처가 소홀했던 탓이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정책의 총론은 올바르더라도 각론, 즉 디테일이 부실하면 실패한다는 의미이다. 잘 갖춰진 정책의 큰 골격과 엉성한 디테일이 만나면 사회적 갈등이 생긴다. 정부는 방역을 위해 사회적 거리 두기, 영업시간 제한을 강화했다. 하지만 이로 인해 영업을 포기해야 했던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을 위한 지원 대책은 턱없이 부족했다. 정부 방침에 희생을 감수하며 기꺼이 동참했던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은 결국 정부 정책에 대해 강력히 반발했다. 디테일이 부족했던 사례다.
요즘 발표되는 지역공약처럼, 제주 도내 택배비를 줄이면 온라인 거래가 증가하고 소비자 편익은 증가하겠지만, 도내 오프라인 상권이 위축될 수 있다. 따라서 택배비 인하 정책은 도내 상권이나 소상공인 손실에 대한 지원 대책이 함께 마련, 시행되어야 한다. 이 경우 정책의 기본방향은 공감하지만 디테일을 보완해야 한다는 취지라 하겠다.
제주도는 역사적·지형학적 여건으로 인해 마을과 궨당을 중심으로 한 마을공동체가 발달하였다. 마을마다 마을제, 용왕제, 해신제 등 결속을 다지는 각종 축제가 오래도록 행해져 왔다. 따라서 ‘신뢰와 참여’ 같은 사회적 자본 요소가 제주에 많이 축적되었다. 사회적 자본이란 제주도민의 자발적 참여를 바탕으로 지역사회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 제주특별자치도 발전을 위한 협력, 조정을 이끌러 내는 네트워크, 참여, 협력, 호혜성, 교육, 규범, 신뢰 등 유무형의 자산을 말한다.
우리는 그간 압축된 성장기 동안 국책사업 강행, 무분별한 개발, 지역 간 불균형 등으로 인해 지역갈등, 민관 갈등이 심화 되었다. 특히 난개발과 자본 숭배 과정에서 나타나는 환경파괴, 공동체 상실 등과 함께 언제 끝날지 모를 이 지긋지긋한 팬데믹으로 인해 제주도민의 삶은 마구 황폐화하고 있다.
이제 대통령선거가 끝났고 지방선거가 본격화되었다. 엄청난 공약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대전환, 신경제, 혁신성장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공동체 복원, 신뢰회복, 사회적 가치 추구 등을 위한 디테일에도 동일한 정책적 관심을 가져야 한다. 새는 양 날개로 난다. 성장과 발전만큼 회복과 치유가 중요하다. 총론과 각론이 균형 맞아야 제주가 안전하게 날 수 있다.
이를 위해 하루빨리 지역사회 차원에서 사라진 공동체 복원과 무너진 공적 신뢰제고를 위한 사회적 자본 확충 운동을 전개해야 한다. 사회 투명성과 열린 믿음 회복을 위한 지역사회운동, 수눌음 공동체 실현을 위한 나눔과 기부문화 확산 운동, 지역 네트워크와 민관 파트너십 구축을 위한 문화적 자본 형성 캠페인 등을 꼼꼼히 챙겨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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