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경업, 전략사업본부장 겸 논설위원
미국의 대통령 선거는 독특하다. 승자독식 구조의 간접선거에 따라 유권자가 아닌 선거인단이 선출하기 때문이다. 즉 국민을 대표하는 선거인단을 뽑고, 이들의 투표 결과로 백악관의 주인이 결정된다. 선거인단 수(538명)는 각 주마다 인구 비례에 따라 할당돼 있다.
한데 각 주의 선거인단은 한 표라도 더 얻은 후보가 모두 가져간다. 이른바 ‘승자독식제((Winner takes all)’로, 50개 주 중 48개 주가 채택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전체 유권자 표를 더 많이 획득하고도 선거인단 수에 밀려 대선에서 패배하는 경우가 종종 나온다.
▲우리나라는 미국과 달리 국민의 직접 선거로 대통령을 선출한다. 전체 투표의 몇 %를 득표했는지는 따지지 않고 최다 득표자가 당선되는 단순 다수제 방식이다. 대선 후보 가운데 표를 가장 많이 얻은 후보는 지지율이 과반을 넘지 않아도 청와대에 입성한다는 얘기다.
단선 다수제는 선거에서 단 1%, 심지어 단 한 표라도 더 획득한 측이 이기는 승자독식 구조여서다. 반면 프랑스 등 대통령제 30여 개국은 절대 다수제(과반수제)를 택하고 있다. 어느 후보든 50% 이상 표를 얻어야 당선되며, 그렇지 못하면 결선투표를 실시한다.
▲승자독식(勝者獨食)은 말 그대로 싸움이나 경기 따위에서 승리한 사람이나 단체가 이익 따위를 송두리째 차지한다는 뜻이다. 선거에서 이긴 쪽이 모든 권력을 독차지하고 진 쪽은 모든 권력을 잃는다. 선거 결과에 따라 전부를 갖거나 전부를 잃는 ‘전부(全部) 아니면 전무(全無)’의 구조가 바로 그것이다.
‘올 오어 낫싱(All or nothing), ‘모 아니면 도’식의 ‘단순 다수제 승자독식 선거’에서 이기면 충신이나 공신이 되고, 지면 간신이나 역적이 된다. 그러니 여야가 극단적으로 대립하고 죽기 살기 식으로 싸우지 않을 수 없다. 지방선거 또한 그렇다.
▲‘3·9 20대 대선’은 그야말로 초(超)접전이었다. 불과 0.73%포인트(24만7077표) 차이로 승부가 갈렸다. 1987년 직선제 도입 이후 최저 득표차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신승한 게다. 이로써 윤 당선인은 48.6%의 득표율로 100%의 권력을 행사하게 된다.
2년간 지속될 여소야대 국면에서 172석의 거대 야당을 상대해야 하는 윤석열 정부는 과연 순항할 수 있을까. 승자독식의 낡은 구조를 타파하고 탕평과 협치에 기반을 둔 국민통합의 정치를 펴느냐가 관건이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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