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은자, 이중섭미술관 학예연구사/논설위원
경제학에서 이웃효과(neighborhood effect)라는 말이 있다. 한 국가의 산업화와 기술발전이 인접국가의 영향을 받는 것을 말하는 개념인데, 이웃과의 비교를 통해서 절대적인 기준이 아닌 상대적으로 자신을 평가함으로써 새롭게 발생하는 효과를 말하는 것이다. 이런 영향은 예술 분야에도 그대로 통용된다. 예술과 접목해 마을 살리기, 혹은 지역 경제 살리기를 위한 콘셉트를 개발하고 선진지(先進地) 벤치마킹을 다녀오기도 한다. 사실 선진국의 여러 성공 사례는 후진국이 가는 길을 미리 보여주는 로드맵 역할을 한다.
21세기에 들어 문화콘텐츠산업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예술을 통해 경제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고 생각하여 미술, 음악, 영화, 게임 등이 새로운 경제브랜드로 확장되고 있다. 관광자원에 대한 인식도 변화되고 있는데 환경, 문화재, 문화유적 같은 물리적인 자원만이 아니라 정신적인 활동에서 얻어지는 문화·예술·지식을 비롯해 비극적인 역사의 사실이나 공간도 다크투어리즘 대상이 되고 있다.
브랜드(Brand)의 어원은 ‘불타다’라는 단어 ‘burn’으로, 가축의 소유주가 자기 가축에 낙인을 찍어 소유주를 표시하던 스칸디나비아 풍습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오늘날은 남의 것과 다른 것, 나만의 고유한 물건이라는 표시가 바로 브랜드인 것이다. 지금은 브랜드가 다양하게 포진된 도시에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면서 경제적 시너지 효과를 누리게 된다. 당연히 그 경제적 혜택은 해당도시 시민들에게 돌아감으로써 활력 있는 브랜드 관광도시가 되는 것이다.
문화·예술 브랜드는 앞으로도 계속 이슈가 될 것이 분명하다. 얼마 전부터 전국적으로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것이 바로 예술브랜드 작가미술관(Single Artist Museum) 개발이다. 작가나 예술작품, 그리고 장소도 유명 와인이나 패션처럼 도시의 문화·예술브랜드가 되어 지역을 살릴 수 있는 경제적 가치가 높기 때문이다.
제주도는 세계 어느 곳보다도 아름다운 자연조건과 인문환경이 갖춰진 최적의 예술브랜드 개발 대상지라고 할 수 있다. 아름다운 자연이 있는 섬에 비극적인 역사가 점철되었다는 것, 아름다움과 비극이 예술의 모티프가 될 수 있다는 것은 슬프지만 사실이기도 하다. 제주도는 그만큼 예술의 소재가 많다보니 앞으로 새롭게 탄생할 작가와 작품브랜드가 될 장소로서 기대가 큰 섬이기도 하다. 이웃효과라는 관점에서 보면, 한명의 뛰어난 예술가 때문에 여러 예술가의 상대적인 경쟁자가 될 것이고, 그를 모델로 해서 그의 수준을 넘어서려는 노력을 하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작가미술관이 생긴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는데 지금으로부터 20년 전 건립된 서귀포시 이중섭미술관이 초창기 작가미술관에 해당한다. 그 이후 전국적으로 작가미술관 건립 붐이 일어나게 되는데 어쩌면 그 붐은 작가미술관으로 출발한 이중섭미술관에서 비롯된 이웃효과라고 할 수 있다. 이웃들은 이웃보다 더 좋은 것을 가지려고 늘 갈망한다.
이중섭미술관은 2002년 건립된 이래 20년 동안 10배 이상의 관람객이 증가하는 등 지역 예술관광 명소가 되었다. 그에 수반해서 이중섭거리를 중심으로 원도심이 살아나고 지역경제가 활성화되었다. 아이가 성장하여 성인이 될 때까지 그에 걸맞은 옷과 책임이 필요하듯 이제 이중섭미술관도 전국적인 인지도와 예술브랜드 가치에 걸 맞는 규모의 시설확충과 내실화가 필요한 시점에 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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