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재철, 제주대학교 명예교수/논설위원
한때, 나는 입이 하자는 대로 하며 살고자 하였다. 먹고 싶으면 마음껏 먹고,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참지 않고 마음껏 뇌까리자는 것이다. 젊어서는 그렇게 산다고 믿었다, 그렇지만 언제부터인가 그저 쳐다보며 입이 있어도 입을 다물며, 손발이 있어도 손발을 묶어두고, 이것저것을 살피면서 조심조심 살게 되었다.
내 말과 행동을 책임질 수 없어서라기보다는, 나의 아이들이 성장하여 사회생활을 할 나이에 이르러서는, 나의 행동이 사회통념에 어긋나는 것은 없는가, 또는 전혀 잘못되지는 않았지만, 누군가가 음흉한 목적을 가지고, 내가 내뱉은 말과 행위를 왜곡시킴으로써, 죄 없는 내 아이들의 미래가 꼬이지나 않을까 걱정스러웠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아이들이 나태하여 실력을 갖출 수 없었고, 그것으로 인하여 이런 저런 실패를 하였다고 하면 어쩔 수 없다. 또한 비록 노력을 하였고 실력도 갖추었지만, 그 당시의 사회가 필요로 하지 않는 인재인지라 밀려나게 되었다면, 그것 역시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다. 사회 변화를 읽지 못하거나 미래를 판단하지 못하는 것도, 실력이 부족하여 일어난 일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식들이 노력하지는 않고 좋은 자리에 가기를 원한다면, 나는 그런 아이들을 도와줄 능력은 물론 없지만, 설령 그런 능력이 있다고 하더라도 도와줄 생각이 전혀 없다. 실력을 갖추지 못하고 자리에 앉는다면, 나의 도움이 사라지면, 그 자리에서 밀려날 것이 자명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밀려나지 않고자 한다면, 비굴하게 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자식을 향한 사랑이 지나친 것일까, 아니면 자신의 욕망을 위해서는 자식조차도 부정하는 매정한 아비인 것일까? 이미 자신의 욕망 때문에 아내와 자식이 몰락한 사람이 있고, 머지않아 그 길을 걷기로 예견된 사람들이 번호표를 받아 대기하고 있다. 자기만 포기하면 가족은 지킬 수 있었을 터인데, 아직도 남의 허물을 들추며 탈출해 보겠다고 기를 쓰고 있으니 안타깝기 그지없다.
왕후장상(王侯將相)의 씨가 따로 있는 것도 아닌데, 권력자의 자식들이 쉽게 사는 모습을 보면서, 장삼이사(張三李四)의 자식들은 아비를 원망했을 것이지만, 그들의 부정이 밝혀져 몰락하고 있는 것을 목도하고, 도리어 못난 아비를 고맙게 생각할 수도 있지 않겠는가?
날밤을 새면서 노력하여도 뜻 같지 않아, 하루가 멀다고 우는 아이들을 보면서, 밤잠을 설치며 안타까워했을 뿐, 어떤 것도 대신해 줄 수 없던 못난 아비였지만, 이제는 정직하게 살아온 아비가 자랑스럽다고 한다.
엎어지고 깨지더라도 노력하여 실력을 갖추고 정직하게 사는 것이 무기이다.
비록 나이 들어 이빨조차 빠진 원숭이 신세가 되었지만, 서서히 가는 여유가 생겼고, 남으로부터 잊힐 수 있는 자유도 얻었다.
권력이 끝없이 지속될 줄 알고, 사회를 제 멋대로 농락하더니, 이제야 머지않아 그동안 누리던 권력을 내어주고, 그토록 아끼는 자식조차도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음을 감지하고, 곧 닥칠 가까운 미래를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어찌합니까? 미래에는 또 다른 당신들이 없어야 한다면, 지금 당신들의 죄를 물어야 하겠지요. 당신들이 벌여온 일들이 너무도 크고 엄중하니, 벗어나려 하여도 벗어날 수 없으며, 사람들의 뇌리에서 사라지고 싶어도 사라질 수 없을 것입니다.
이제라도 바보처럼 살아온 촌부들이 노력한 만큼은 대접받는 세상이 되어야하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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