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일보 춘하추동-4월 마지막 주의 남(南)과 북(北)

by 제주일보

김승종, 서귀포지사장 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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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남의 땅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나는 온몸에 햇살을 받고/ 푸른 하늘 푸른 들이 맞붙은 곳으로/



가르마 같은 논길을 따라/ 꿈 속을 가듯 걸어만 간다.(중략)



그러나, 지금은 들을 빼앗겨 봄조차 빼앗기겠네.



1926년 개벽지 6월호에 실린 이상화 시인의 시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의 일부다.



일제시대 나라를 빼앗긴 한(恨)과 저항의식, 그리고 봄(광복)에 대한 희망을 노래한 시다.



▲봄비가 내려 곡식을 기름지게 한다는 ‘곡우(穀雨)’가 지난지도 일주일이 넘어 어느덧 4월도 3일밖에 남지 않았다. 다음 주부터는 ‘계절의 여왕’이라는 5월이 시작된다.



올해 5월은 역사적으로도 큰 의미를 갖는다. 문재인 정부가 9일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다음 날인 10일에 윤석열 정부가 새롭게 탄생하기 때문이다.



봄의 완결판인 5월에 새정부가 출범하기에 국민들은 새로운 ‘희망’을 가슴에 품었으리라.



그럼에도 봄이 봄 같지 않은 것은 필자만의 생각일까.



남에게 들판을 빼앗기지도 않았는데도 봄을 만끽할 수가 없다.



▲정치권이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적 박탈)’ 관련 법안 강행 처리와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파행으로 강 대 강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27일 새벽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검수완박 관련 법안인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후 이날 오후 5시 본회의에 상정, 강행 처리에 나섰다.



이에 국민의힘은 법안 통과 저지를 위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로 맞서며 극한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한 국무총리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도 자료 미제출을 이유로 25, 26일 이틀째 파행을 거듭하다 법정 시한을 넘겨 다음 달 2, 3일에 개최키로 여야가 합의했다.



▲정권교체기에 우리 정치권이 ‘너 죽고 나 살자’고 싸우고 있는 사이 북한은 지난 25일 조선인민혁명군(항일유격대) 창건 90주년을 맞아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대규모 열병식을 개최했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신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극초음속 미사일 ‘화성-8형’ 등을 총동원, 핵무력을 과시했다.



두 장면을 보노라니 봄의 희망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진다.



토머스 엘리엇의 외침처럼 ‘4월은 가장 잔인한 달’이 맞는 것일까.


http://www.jeju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21920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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