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성중 논설위원
늙으면 서러운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청력과 시력이 떨어져 주의력과 판단력이 시원찮고 신체반응이 느려진다. 새로운 지식을 얻기는커녕 기억의 무게를 감당하기도 어렵다. 갈수록 지인들은 떠나가고 말 상대를 찾기도 여의치 않다.
과연 노인이란 대수롭지 않은 존재인가. 우리 사회는 노인을 흔히 ‘어르신’으로 부른다. 이 말 속엔 나이 든 사람의 신중함과 사려 깊음이 젊은이의 패기 못지않게 귀중하다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그들은 풍부한 지식은 없다 해도 농축된 경험이 있고, 비록 동적(動的)이지는 않지만 나름대로 분명한 관점이 있다. 게다가 세상살이의 온갖 신산을 맛본 경륜과 지혜가 풍부하다. 노인들에겐 오직 과거만 있다고 평하지만 미래를 투시하는 혜안을 발휘하기도 한다.
▲노인인구가 급증하면서 이들을 안전하게 모시는 일이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 고령화 시계가 빨리 돌며 노인 교통사고에 적신호가 켜진 것이다. 신체·인지 능력 저하로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 피해가 집중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2019년 3349명에서 2021년 2916명으로 꾸준히 감소세다. 근데 지난해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의 44%(1295명)가 65세 이상 고령자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치인 27%의 1.6배에 달한 수치다.
고령자는 걷는 속도가 느린 데다 횡단 여부 판단이 어렵다 보니 사고 위험이 높을 수밖에 없다는 진단이 나온다. 실제로 2017~2019년 무단횡단으로 보행자가 숨진 사고의 62.1%는 노인층이었다. 늙기도 애통한데 안타까운 현실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통계청의 인구추계에 따르면 2020년 815만명이던 노인 인구는 2050년 1900만명이 될 전망이다. 앞으로 교통사고로 숨지는 고령자가 늘어날 개연성이 높다는 의미다.
반면에 노인보호구역(실버존) 같은 고령자 보호 제도를 아는 사람은 상대적으로 적은 게 현실이다. 운전자는 노인 보행자를 배려하고, 고령자도 무단횡단을 자제하는 교통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노인 보행이 빈발한 장소 위주로 실버존을 확대하는 대책이 급선무다. 그들의 보행 속도를 기준으로 녹색 신호가 조정되는 신호기를 도입하면 어떨까 싶다. 사람은 누구나 노인이 된다. 이를 조금이나마 성찰할 수 있다면 고령자 교통사고를 어느 정도 줄일 수 있을 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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