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세린, 제주한라대학교 호텔외식경영학과 교수/ 논설위원
어느덧 손끝 시린 계절이 찾아오고, 언제나처럼 한 해의 마지막 달인 12월을 맞이하고야 말았다. 연말은 평상시보다 모임과 약속 자리가 많고, 때에 따라 한마디 할 경우도 있어 언변이 부족한 사람에게는 무슨 이야기를 어떻게 할지 고민이 많은 시기다.
말을 잘하는 사람을 보면 대단해 보인다. 말로 먹고사는 정치인과 언론인이야 원래 업이니 당연하다 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이 말을 잘하는 것을 보면 왠지 그 사람을 다시 보게 된다. 말을 잘하는 데에 여러 요소가 있겠지만 가장 중요하면서도 어려운 부분은 유머와 위트가 아닐까 싶다. 봉준호 감독은 이러한 면에서, 필자가 다시 보게 된 말 잘하는 사람이다.
그는 한 수상소감에서 “이제 내려가서 아직 반쯤 남아있는 비건버거를 마저 먹도록 하겠습니다.”라 했는데 가히 촌철살인이었다. 봉감독이 언급한 비건버거는 LA 소재 버거전문레스토랑 ‘The Counter’의 것으로 채식주의 브랜드의 버거패티를 사용했다. 콩 뿌리와 유전자 변형 기술을 이용한 이스트로 육즙 가득한 소고기 패티와 유사한 맛을 내는 GMO 식품인데, 당시 시상식이 거행된 2020년의 LA 할리우드는 비거니즘(veganism)이 확산하고 있던 터라 그의 재치있고 유머러스한 말은 청중들로부터 큰 갈채를 얻기에 충분했다.
비거니즘은 본래 삶의 전반에서 동물에 대한 모든 형태의 착취나 학대를 배제하는 철학이다. 그러나 통상적으로 동물성 식품을 먹지 않는 채식주의를 지칭한다. 채식주의에도 다양성이 존재하는데, 세미 채식주의와 채식주의로 크게 나뉜다. 세미 채식주의에도 때에 따라 육식을 하기도 하는 플렉시테리언(flexitarian), 붉은 살코기는 배제하되 조류와 어류, 우유와 달걀은 먹는 폴로(pollo)채식주의, 일반적인 고기는 안 먹고 어류 및 우유와 달걀은 먹는 페스코(pesco) 채식주의가 있다. 대표적으로 이효리와 임수정 같은 연예인이 페스코 채식주의자이다. 이에 반해 채식주의는 해산물은 안 먹지만 달걀과 유제품은 먹는 락토 오보(lacto ovo) 채식, 채소와 달걀만 먹는 오보(ovo) 채식, 반대로 유제품만 먹고 달걀과 해산물은 먹지 않는 락토(lacto) 채식, 그리고 순수하게 완전 식물성 식품만 먹는 비건(vegan)채식으로 나뉜다. 과거에는 개인적인 건강이나 신념으로 채식주의자가 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기후위기로 인해 지속 가능한 채식 식단으로의 전환을 실천하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한편, 11월 16일부로 세계인구는 80억이 되었다. 1800년대 10억에서 20억으로 두 배가 될 때까지 100년 걸린 세계인구는 48년 만에 두 배가 되었으며, 2003년에 나온 ‘숫자송’ 가사처럼 60억 인구가 약 20년 만에 20억이 늘었다. 알려진 대로 인구가 10억씩 증가할 때마다 브라질 면적만큼의 땅을 확보해야 식량문제가 해결된다고 한다.
옥스퍼드대학 마틴스쿨 스프링먼 선임연구원에 따르면, 세계인이 필요한 수준의 식품 수요를 감당하고 배분하려면 현재의 육식 위주 식단을 비건 수준으로 바꿔야 가능하고, 식단을 바꾸는 것이 여러 기술을 동원하는 것보다 더욱 안전하고 효과적이라 한다. 이참에 환경에 부담 없고 건강에도 이로운 책임감 있는 음식소비인 기후미식(klima-gourmet)에 관심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마침 연말이니 새해 결심으로 한 줄 추가하는 것도 그리 나쁘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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