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50대 가장의 건강 경제학

by 제주일보

진관훈, 제주테크노파크 수석연구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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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살기를 사람 좋아하고 술 담배 즐겨 하던 제주 섬 50대 가장이 덜컥 암에 걸렸다. 솔직히 말하면 이미 몸에 암이 상당히 진행되고 있음을 얼마 전 건강검진 받고 나서야 알았다. 나도 모르게 “아이고 삭신이야”라는 말이 나오는 50대 이후 협심증, 뇌경색 등 심혈관질환이 무섭게 달려든다. 물론, 심혈관질환의 위험요인인 비만, 고혈압, 당뇨병 예방을 위해 식습관 개선, 운동, 금주, 금연을 조속히 실천해야 함을 알고는 있었다. 하지만, 오늘까지만 먹고 내일부터 운동 열심히 하자 한 게 이날 이때다.



그렇지 않아도 정년이 가까워 지면서 여러모로 위축되는 느낌이었는데, 그나마 믿었던 몸뚱이마저 탈이 났다. 우선 암 환자 등록부터 하고 아내가 들어 둔 보험금 수령절차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당장 평생직장을 정리하고 타던 차도 팔았다. 요즘은 인터넷으로 원하는 정보를 다 찾을 수 있어 암 환자의 기승전결을 비교적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다행히, 치료만 제대로 받으면 죽지는 않겠다는 말에 치료, 재활, 복귀까지 대략 5년 계획은 섰는데 문제는 돈이다. 조금 부족한 듯해도 또박또박 들어오던 월급이 끊어진 상황에서 치료비, 재활비용, 노후 자금, 막내 학비, 기초 생활비, 경조사비 등 감당이 쉽지 않아 보인다. 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 3층 연금 탑을 모르진 않았지만, 살다 보니 이를 쌓아놓지 못했다. 아직 용돈연금 받을 나이는 아니고 이마저 조기 수령 시 감액한다 하니, 크게 의지하긴 애초에 글렀다.



건강 경제학이란 건강의 경제적 가치와 건강이 효율적 생산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즉, 질병 퇴치와 경제성장의 관계를 단기·장기 관점에서 규명해 낸 경제학의 한 분야이다. 경제성장이 건강에 미친 영향, 건강이 경제성장에 미치는 영향, 의료 가격, 질병과 건강 위해(危害) 요인의 경제적 비용, 경제성장이 건강보험에 미치는 영향, 건강산업 등을 분석하고 처방한다. 개인 차원에서 보면, 질병과 소득 혹은 가계경제, 치료 및 요양, 재활비용, 건강보험, 복귀 및 노후생활 등과 이에 대한 사회보장과 사회안전망이 주요한 분석대상이다.



얼마 전 고령 근로자의 계속 고용과 청년 일자리 창출이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임금과 직무를 조정할 수 있는 법 제도 정비를 권고하는 모 연구회의 건의가 있었다. 고령자를 계속 고용하려면 호봉제를 성과급제로 바꾸는 제도 개편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청년 고용이 어려운 상황에서 호봉제인 현 임금체계에서의 고용연장은 청년채용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처럼 고용연장과 계속 고용의 문제는 그리 간단치 않다.



그보다 지역사회 차원에서 먼저 위기의 제주 섬 50~60대를 위한 사회안전망 구축이 시급하다. 그 핵심은 이들을 위한, 그들에 맞는 일자리와 일거리이다. 물론 돈이야 많이 벌면 좋겠지만 그보다 아침에 나갈 곳이 있으니 이게 행복이다는 마음으로 출근할 수 있는 일자리, 중도 퇴직과 잠재실업으로 도망간 월급을 조금이나마 메꿀 수 있는 일거리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지자체에서는 시간제 일자리, 틈새 일자리, 시장형·사회서비스형 활동 일자리, 세대 맞춤형 일자리, 세대 간 협업 일자리, 세대 간 협업창업 등을 발굴 보급하고, 기업, 기관, 시설, 업체와 공감대를 이뤄 퇴직 후 다른 임금과 고용형태로 더 일할 수 있는 액티브 시니어 친화적 고용연장 근로 환경 조성에 힘써야 한다.


※본란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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