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석, 제주대학교 경영정보학과 교수/논설위원
우리나라와 미국은 코로나19로 어려워진 경제를 살리기 위해 재정확대 정책을 펼쳤다. 그 결과 코로나19 위기에도 불구하고 시중에 풀린 돈이 경제를 활성화시켜 경제성장률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했다. 통화량이 지나치게 확대되면 부작용도 따른다. 시중에 유통되는 돈이 많아지면 그만큼 물가는 올라 돈의 가치가 떨어지고, 돈은 현금이 아닌 부동산으로 향한다. 통화량 증가 여파로 인해 우리나라와 미국은 소비자물가가 급등하고 부동산 가격도 껑충 뛰었다. 물가가 오르면 집값도 올라 서민들의 주거비 부담이 커지고 내 집 마련은 멀어진다. 올해 초 추가경정예산으로 여당은 35조 원, 야당은 50조 원을 요구하였다. 소상공인 지원처럼 꼭 필요한 추가경정예산은 써야 하지만 충분한 검토 없이 돈이 풀리면 서민들의 삶은 힘들어진다. 통화정책은 너무 뜨겁거나 차갑지 않게 균형을 잡아야 한다.
코로나19 위기를 맞이한 미국의 바이든 정부는 막대한 재정을 투입해 대규모 경제 부양책을 펼쳤다. 미국은 실업급여지원과 함께 전 국민에게 1인당 1400달러의 현금을 지급했다. 미국은 코로나19를 뚫고 지난 해 5.7%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하였다. 이는 1984년 레이건 행정부 시절에 7.2% 성장을 보인 이후 37년 만에 가장 큰 성장 폭이다. 미국 정부의 통화량 확대는 소비자 물가와 부동산 가격을 끌어올렸다. 지난 1월 미국의 소비자 물가지수는 작년보다 7.5% 올라서 지난 40년 동안에 가장 높은 상승폭을 기록했다. 미국 주택 가격도 지난 해 15% 올라서 주택가격의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34년 만에 가장 큰 증가폭을 보였다. 통화량 확대로 인해 대출금리가 사실상 제로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 집값 상승에 불을 지폈다.
코로나19 파고를 넘어 우리나라는 수출호조와 정부의 재정확대정책으로 지난해에 4%의 경제성장률을 이루었다. 이는 2010년 6.8% 이후 11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우리나라의 소비자 물가지수가 최근 넉 달째 3%대 상승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물가상승률이 미국보다 낮아서 문제가 없을 것처럼 보이지만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소비자 물가에서 집값 등 주거비가 빠져 있다. 전 세계 56개국을 대상으로 물가상승을 반영한 실질 주택가격 기준에서 우리나라의 주택가격 상승률은 24%를 기록하며 1위를 차지했다. 지난 해 서울 아파트의 평균 월세는 10.5% 올랐다. 한국개발연구원은 통화량 증가가 주택가격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분석결과는 정부가 통화량을 10% 증가시키면 주택가격은 9%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은 단기간에 공급할 수가 없다. 통화량이 증가할 때 주택공급이 가격에 비탄력적이라면 생산은 제자리인데 가격만 빠르게 상승하는 부동산 과열현상이 나타난다.
저소득 계층일수록 전체 지출에서 집세와 생필품, 공공서비스 요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소득수준이 낮으면 물가상승의 영향을 더 받는다. 물가가 오르면 연금의 실질가치가 떨어져 연금생활자를 압박한다. 한국은행은 물가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지난해에 61조 원 초과세수가 발생했다. 정치권은 추가로 54조 원 예산을 늘리려 한다. 제습기와 가습기를 함께 트는 형국이다. 인플레이션을 막으려면 통화량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되 통화량 증가 효과가 큰 대규모 정부지출 프로그램보다는 경제적 지원이 필요한 계층에 초점을 둔 핀셋 재정정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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