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섭 편집위원
“한세상-벚꽃 그늘에 서성이고 싶었어./ 그늘이 화안한 문 슬며시 열고/ 그녀와 함께 들어가고 싶었어.// 그늘이 흔들리니까 멀미가 났어./ 우리 아예 나무속으로 들어갈까?/ 그녀는 바람처럼 소곤거렸어.//나무속 달콤한 꽃잠을 잤어./ 잠깐 든 정인줄 알았는데/ 일어나보니 몸이 사라졌어.// 그녀는 햇빛 되어 반짝거리고/ 나는 물이 되어 오래 울었어./ 한세상 그런 거야. 어쩌라구.”
한세상 벚꽃 그늘에 서성이고 싶은 이가 윤재웅 시인뿐일까.
사람에겐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의 오감이 있다.
아주 오래전 수렵생활을 하던 때만 해도 사람에겐 오감 이외의 감각인 육감이 있었을 것이다.
그래야 사슴도 잡고 멧돼지도 잡으면서 생활을 영위할 수 있었던 것이다. 어느 때부턴가 사람들이 라디오도 듣고 텔레비전도 보고, 자동차를 타고, 콘크리트 벽안에서 살면서 육감이 사라지게 된 것이다.
육감이 없어도 살 수 있게 됐다는 얘기다.
그래도 육감이 있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시인들이다.
곱디고운 벚꽃의 그늘이 흔들리니까 멀미가 나는 인간은 시인뿐이다. 나는 달콤한 벚꽃잠을 잤다고 세상에 외치는 이도 시인뿐이다.
그녀가 햇빛이 되고 나는 물이 된 것을 아는 이도 시인뿐이다.
▲이제 머지않아 세상이 벚꽃 속으로 들어가는 봄이 온다.
제주종합경기장 주변 하천에는 벚꽃나무가 많다. 그중에서도 유독 나무 한 그루가 일찍 꽃을 피운다. 제주시 삼양동 도련마을 하천에 있는 벚꽃도 일찍 꽃을 피운다. 사람들에게 서둘러 봄을 선물하고 싶은 모양이다.
육감이 있는 벚나무들이다.
코로나19가 창궐한 세상에서도 벚꽃을 생각하면 가슴이 뛴다.
시인이 아니지만 벚꽃 밑에서 멀미를 느끼고 싶은 심정이다.
손바닥만 한 벚꽃이 내 눈 위에 살포시 내려앉았으면 좋겠다.
▲제주의 왕벚나무를 전국에 보급하는 운동이 이뤄질 것으로 보여 관심이 모아진다. ㈔왕벚프로젝트2500 창립준비위원회가 최근 출범한 후 전국에 심어진 일본산 벚나무를 제주산 왕벚나무로 교체하는 사업을 2050년까지 추진키로 했다.
1960년대 일본의 기업이나 재일교포가 벚나무를 우리나라에 기증하면서 일본산 벚나무가 전국에 심어진 것이다. 제주 자생 왕벚나무는 키도 크고 웅장하며 화려하다.
이러한 제주의 벚꽃 향에 취해 비틀거리는 우리나라의 봄을 보고 싶다.
http://www.jeju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21900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