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재밌게 봤던 드라마 중 "오로라 공주"라는 드라마에서 여주인공 로라와 스님의 대화가 인상깊었다.
이별의 고통을 견디지 못해서 남주인공인 마마가 출가를 하려고 절에 들어갔는데, 결혼에 반대하던 누나들이 사정사정해서 로라가 절에 마마를 다시 데리러 갔다.
스님
"남녀간의 연정, 불꽃 같고 하늘의 구름 같은 것이야. 불은 꺼지게 돼 있고 구름은 흩어지게 돼 있고."
로라
"꺼지더라도 불은 끊임없이 지펴야하지 않을까요. 이 세상에 불이 없으면 얼마나 춥겠어요.
하늘에 구름이 있어야 비도 내리는 거구요. 비 안 오면 생명체는 살 수 없잖아요."
결국 로라가 마마를 절에서 데리고 나와서 결혼하고 살게 되지만, 시누이들과의 갈등으로 이혼하고 마마도 일찍 죽게 되는 아픈 결말을 맞는다. 차라리 그대로 절에 있었다면 좋아하는 글을 쓰면서 더 오래 살 수 있었을 마마도 안타깝고, 시누이들과의 갈등이 예상됨에도 마마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노력해보자고 선택했던 로라도 결국 후회하게 되어 안타깝고..
사람들이 인생동안 꿈꾸는 것들 중 하나가 "열렬히 사랑해보는 것"이라고 한다. 정말 운명과 같이 나와 맞고 서로 끌리는 사람을 만나 진짜 사랑을 주고 받는 것. 하지만 연애를 해보면 아는 것이, 처음엔 불같이 끌리다가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편해지고 익숙해지고 권태가 온다. 서로의 단점은 차치하고 장점만 바라보다가도, 결국 그 장점마저 단점이 되는 날이 온다. 다정해서 좋았는데 부담스러워지고, 남자다워서 좋았는데 가부장적인 부분에 부딪치고, 말이 없어서 좋았는데 재미가 없어지고, 배려해줘서 좋았는데 내가 이기적인 사람이 되어버린다. 하지만 그렇듯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다. 누군가 나를 사랑한다면, 그것이 내가 완벽해서는 아닐 것이다. 또 그러길 바란다. 내가 완벽해서가 아니라 그저 나여서 사랑해주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 하지만 어쩌면 그것은 이기적인 마음일까. 사랑은 받고 싶지만 사랑받기 위해서 끊임없이 노력하고 싶진 않다는 뜻이니까. 이런 마음은 오만일까.
나는 사실 헌신적인 사람은 아니다. 20대때는 이 사람에게 무언가를 해주고 싶다기보다는, 처음이라서 해보고 싶은 게 많아서 초콜릿도 만들어보고 케이크도 만들어보고 이벤트도 준비해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통 받는 것이 당연했던 연애가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한 가지 의문인 것이 있다. 내가 상대를 덜 사랑해서 무언가 해주고 싶다는 마음이 들지 않는 것인지, 아니면 그저 내가 그런 타입의 사람인건지.
아기엄마가 된 내 친구들은 아이를 가져야만 해주고 해줘도 모자란 사랑의 감정을 알게 된다고..
그리고 사랑이 유지되려면 스스로 내가 사랑받을 가치가 충분하다는 생각을 가져야 하는 것 같다. 그렇지 않으면 상대를 좋아할수록 마음이 피폐해질 수밖에 없다. 상대가 나를 좋아하는 마음을 계속 확인 받고 싶어서 계속 시비 아닌 시비를 걸게 된다. 답을 정해놓고 그 답을 말해주지 않으면 불안하고 채워지지 않는 마음이 사람을 히스테릭하게 만든다. 열렬히 사랑받고 싶은 상대를 계속 괴롭히다가 질려서 떠나가게 만든다. 그러니 사랑받고 싶을수록 나 자신을 사랑해야 한다. 스스로를 계속 가꾸고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결국은 불을 계속 지펴야만 계속 사랑하고 사랑받을 수 있다.
결핍된 두 사람이 서로를 채워주는 사랑, 너무 이상적일까.
독립적인 두 사람이 서로를 더 성장시키는 사랑, 가능한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