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그런 소리 하지 마...

73. 꽃부리의 이야기 < 2022. 년 11월 18일 >

by 임선영

옹색한 손녀 방 위치들을 바꾸어 준다.

아픈 허리를 싸매고 조금씩 옮기다 보니 어느 사이 널찍한 방이

되었다. 버릴 것을 버리고 보관할 것은 보관하고 쓰레기가 산더미다.

" 할머니 왜 이렇게 버려 다 보관해야 돼"

" 할머니 살아 있을 때 정리 좀 해야지 나중에 네가 못해 할머니가

몇 살까지 있을지 어찌 알아 지금 할 때 잘 하자"

" 할머니 오래오래 살아야지 그런 소리를 왜 해"

그냥 눈물이 그렁그렁 해진다.

가여운 내 새끼, 에미 없이 못난 할머니 의지하여 열심히 생활하는

손녀를 예쁘고 깨끗하게 키우고 싶은 할머니 맘을 따라 순하게 순응하며

게으른 손길을 잘도 움직이는 모습이 대견스럽고 안쓰러워

할머니는 최선을 다 한다.

손주들의 3대 할머니가 어려운 일 있을 때마다 외우라고

유언하신 우리 집의 보물 "淸淨呪"

할머니가 정성으로 손주들을 위해 주문처럼 암송하며 쓴 청정주를

촛불에 새겨 책상에 놓아주며 손녀의 건강과 안녕을 빌어준다.

할머니가 해 줄 수 있는 최선의 선물로 앞으로의 건강한 삶을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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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인가 사회와 한 가정의 건강한 삶으로 최고의 여성과 여인이

되기를 수 없이 기도한다.

할머니 서재에 책도 나랑 친하지 않은 시인들의 책까지 주렁주렁 달린

책장에 책을 줄줄이 다 버린다.

나 가고 난 다음 자식들 "이 책들이 다 뭐야" 하며 버릴 생각을 하며 버리려 드니

한이 없다. 그렇게 버려도 책이 방으로 하나다.

내가 관여했던 문학회에 손 때 묻은 책이라 못 버리고, 내가 지금 유일하게

참여하고 있는 시문학회 것이라 못 버리고 내 글이 나온 책이라 못 버리고

내가 쓴 책이라 못 버리고 참고 문헌이라 못 버리고 이유도 가지가지 보관

하는 책이 책장을 그래도 꽉 채우고 있다.

가는 그날까지 같이 할 것들.....

이름 없는 화가로 그려 댄 그림들도 한 50여 장 집안 모임에 가서 다 나누어 주면서

나는 서서히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가진 재주가 드러나지 않으면 어쩔 것이며 유명세를 떨칠 시 한 편 변변히 쓰지 않았으면

어쩔 것이며 이 세상 명예도 가짐도 다 놓고 갈 세월에 들어서니 다 비워야 될 처지라

이제야 다 소용없음이 작게라도 인식되어 모두 털기 시작하는 모습이 한 편으로는

안쓰럽기도 하지만 참 대견하게 마음공부 속에 들어 버리고 가려하는 마음 잡고 가니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리운 작가 영원한 명작이 비록 없을지라도 내 자식들 앞에 손주들 앞에

"우리 할머니는 웃음이 많았고 순했고 너그러웠고 재주가 많아

노후를 즐겁게 보낸 할머니지"

라는 소리를 듣고 싶은데 그리 될까?

오늘도 아픈 허리에 지지대를 대고 걸으며 내 늙어감이 드러나기 시작하는 시절을

아낌없이 잘 다스리며 살다가 즐거이 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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