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이는 공덕

124. 꽃부리의 이야기 <2024년 2월 2일>

by 임선영

부모님을 모시고 살던 시대에 부모님이 떠나면 어린 조카들을 무슨 의무

질머진 것처럼 내 자식과 어울려 길러주고 가리키던 시절을 보낸 우리 세대는

꾸밈없이 무던한 할머니의 사랑도 참 많이도 받고 자랐다.

난 친구들을 만나고 오면 늘 할머니 생각을 많이 한다.

얼마나 여기저기 어려운 사람들 먹이고 솜씨 좋은 일을 공덕에 쓰려고 바느질해 달라고

하면 거절을 못해서 집에 남 저고리 만들어 준다고 약속한 바느질 감이 수북해서

우리 엄마의 시어머니 오지랖에 불평하던 모습이 생각이 난다.

그리고 남에게 밥 먹이는 공덕을 많이도 쌓으시던 우리 할머니

늘 모분단 밥 덮게에 덮어진 놋그릇 밥 한 그릇은 아랫목에서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오는 손님이 없는 날은 많이도 밥 얻으러 다니던 미친 남자 어른 "너 몇살이냐" 하고

할머니가 물으면 늘 "닷살" 짜리던 "군짠"

우리 동네 높은 사람은 다 배출하던 소 씨 집안 딸 "소미친년" 오면 " 아이고 불쌍한 년" 하시며

마루 끝에 앉히고 쟁반에 따뜻한 밥 챙겨 먹이던 우리 할머니, 이제야 그 공덕이 이리 우리

손자들을 건강하게 사는 살림꾼으로 키워주시고 정이 넘치는 손자들로 키운 것을 생각하며

망팔이 되여서야 느끼고 그 정 그리워 옳은 길에 서 있다.

" 야들아, 복 중에 먹이는 공덕이 제일 크니라, 그리 살아라" 늘 소리없이 실천하시며

보릿고개 시절 밥 한그릇의 공덕을 소리없이 쌓으시던

흰머리 하얀 이승만 박사를 닮은 우리 할머니 공덕이 할머니 나이를 훨씬

넘은 친구들을 만나는 날

6.25 전쟁 끝나고 피난 갔던 외갓집에서 아버지 따라 태극기 휘날리며

절뚝거리며 집으로 따라오던 일

생각나서 열심히 아픈 허리 감싸 안고 따라쟁이 하며 웃는다.

있다고 다 이리들 공덕을 풀던가, 우리 친구들 왜 이리 덕풍이 휘몰아치는 거야

가슴 절절이 기쁨이 넘친다.

내 무슨 복으로 이 휘몰아치는 덕 속에 묻혀서 웃고 떠들고 아픈 허리를 잊고 기쁘던가.

본인은 수수한 모습을 하고 다니건만 친구들 먹이는 공덕에 동참하여

느긋한 친구가 베풀어 주는 성찬

"다람쥐 마을"의 닭백숙으로 점심을 때우고 2충 찻집에 모여 앉아

굳은 얘기 신얘기 정담의 꿀맛은

이 보다 더 큰 보약이 남은 생에 어디서 구한다 말인가.

건강이 보약이고 친구가 보약이고 풀음이 보약인 것을 보여주는 이 자리

누가 나이를 가늠하랴 이유가 있었지.

이 세 가지 약 늘 품고 사는 친구들의 비결을 보고 느낀다.

나도 덩달아 착해져야지 나 혼자 나에게 굳게 약속한다.

갑자기 한 명 친구가 내 옆에 오더니

" 야 오늘 저녁은 내가 팥죽 사고 싶어야, 우리 망원동으로 갈래?"

"그럼 그럼 좋지"

이심전심이라 모두들 베풀고 싶은 마음들이 동해서 춤을 춘다.

1월 상달부터 베풀던 친구 따라 ~~~ 죽 7월까지 공덕이 쌓아지니

친구들 무슨 복들 그리 지었던가

갑자기 한 친구가 나가더니 팥죽 값을 지불한다.

" 야! 내가 인심 썼는데 자가 따 먹네" 하며 팥죽 산다 했던 친구가 빙긋이 웃는다.

내는 친구도 이쁘고 웃는 친구도 이쁘다.

아마 우리 친구들의 2024년은 안 풀렸던 일들이 다 풀어질듯하다.

얼씨구 공덕 중에 상 공덕인 먹이는 공덕이 춤을 추는 하루가 멋지게 지나간다.

무슨 복들을 그리 지여 이리 멋지게들 사는가 그대들.......

베풀 때 세상의 과보를 바라지 않고 교만한 마음을 버리고 보시하며

부드러운 마음으로 보시하고, 모든 존재를 가리지 말고 보시해야 해야 하며

생사에는 허물이 많음을 깊이 관찰하고 보시하며, 복밭과 복밭이 아닌 것을

가리지 않고 보시해야 한다.

만약 이와 같이 보시를 실천한다면 과보가 이 사람을 따르는 것이 마치 송아지가

어미 소를 따르는 것과 같다 하였다.

자연처럼 사는 그대들이 바로 하늘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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