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분홍에 빠지다.

141. 꽃부리의 이야기 <2022년 10월 31일>

by 임선영

우리는 늘 어느 곳에 빠져서 자신을 돌보지 못하고 헤매는 날들이 참 많다.

현실을 지날 때에는 잘 모르고 지나다가 세월의 역풍을 맞고 지나다 어느 날

돌이켜보며 후회가 드러나게 되면 지어지는 현상이다.

그 많은 시간과 그 많은 젊은 시절을 멋지게 보내면서도 익히 느끼지 못했던

아름다웠던 일들이 세상 이만큼 지니고 살고 나서야 보이는 철이라는

빛깔은 결코 곱지 못하지만 만회해 가기에는 너무 많은 시간이 지나 버렸음을

실감하는 날이 참 많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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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분홍의 유혹에 빠져서 마음을 만져 줄 향방을 몰랐던 날들.......

그러다 이제에 진분홍이 주는 마력을 느끼며

눈을 씻어 하늘을 보니 이 맑음...

마음을 씻어 느껴보니 자연의 무상 보시의 비움....

그리고 내 마음에 덕지덕지 낀 이끼 같은 티끌들....

욕망을 쥐고 몇십 평생을 보낸 굴욕 희미하게 드러나는 마음자리

지워라 없애라, 그리고 노래하라, 이 신록의 예찬을

무엇을 쥐려 하던가

무엇을 더 가지려 하던가.

알아보든 말든 대답이 있든 말든 너 혀라 나는 간다 소리 없이 간다

자연이 주는 이 심상의 넘치는 희열, 곧 평화이다.

갈등과 복잡함과 채움을 모두 하늘과 같이하며 할 일을 하는 자연이

인간에게 선물하는 이 큰 은혜를 모두 알아보아야 할 텐데...

글씨 없는 성인들의 말씀들이 널려있는 자연의 성서 위에

두 손 모으며

" 세상을 위해 오신 모든 성인들이시여"

살아온 잘못된 작은 일들을 용서하소서, 이제부터라도

비우며 함께 하겠습니다.

짧게 지나가는 신록의 일생, 이 계절의 유년이 나에게 너도 아이같이 되고

싶지 하는 말을 건네고 싶다. 노년의 여인이....

어린 시절의 예찬, 중년의 예찬, 장년의 예찬, 무엇을 취사선택해야 할지는, 만사에서

다 느끼고 하지마는 이 자연의 무상의 선물 세례를 감사한다.

청순한 그 맑음, 그리고 톡 하고 누르면 물렁물렁 들어갔다 나올 것 같은 여리디 여린

색의 감촉 그리고 그 감촉에서 느끼는 상큼한 훈정, 이 자연이 선물한 극치의 아름다움

그냥 허물어진다.

만사에 지쳐서 꼿꼿했던 내 마음의 기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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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아름답게도 피었구나

비록 크게 알려지지 않은 꽃이지만

모여서 뭉쳐서 하나를 이루니

눈 안에 천국이요 마음속에 궁전이구나

길을 가다 너희를 만난 것들이

얼마나 안정감을 얻어 산란한 마음을

위로받고 그 터에 앉고 싶을까

장하기도 하지 무상 무언으로

길손에게 향기를 퍼 줄 수 있는 인생을

펼쳐 놓으며 살고 가다니

주워진 것들을 함부로 버리지 않고

견디고 벗 삼아 소중하게 하나게 되어

품고 품으니 이렇게 아름다운 것을 보여 줄 수 있다니

모두 닮아가며 살아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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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소 보이는 저 초록으로 얼룩진 멋진 바위와 산 그리고 그를 에워싸고 있는

푸른 하늘의 소리 없이 던져주는 무한한 무상의 정확한 선물들

그 밑에 의지하여 소리 없이 흐르며 어울리는 정취를 만들어주는 물결

그 옆에 곱게 핀 진분홍의 편린들 다 같이 아우러진 자연의 댓가 없는

선물들이 마음을 쉬게 하고 머물다 가고 싶어 하는 터가 된다.

얼마나 많은 비바람을 맞았을 것이며 수시로 하늘이 알아차리라고

던져주고 흔들어주고 때렸던가, 모르고 설치고 실수하고 견디지 못하고

확 내던지고 거친 소리를 내며 흔들렸던가.

인과를 알고 가라고 자연을 벗 삼아 감사를 알고 가라고 가르쳐 주셨던

말씀 눈곱만큼씩 붙들고 갔기에 이 자리에 앉고 보니

무릎을 치며 잘도 잘도 걸어왔구나 그 마음 줄어들고

웃을 수 있어 다행스러운 인생.

조물주가 선물한 정확한 내 생애의 심판자 보고 있고

모두에게 위안이 되는 초록의 로 묵직한 바위처럼 감싸 주워

다른 곳으로 흩어지지 말고 맑고 밝고 흔들림 없이 흐르며 가고 있으니

그 영양분을 흡수하며 진분홍으로 물든 누구나 보고프고 앉아있고 싶은

진분홍의 들판이 되지 않았던가.

이제야 훤이 보이는 가슴과 눈동자 비록 한 쪽이 아파 치료받고 있지만

보이는구나 이 아름다움이 안정감이 이 멋진 풍광이.....

자연이 가져다주는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가.

한 편의 어우러진 자연 풍광이 어찌 한 가정의 평안함과 안온함과 따뜻함으로

가슴으로 물밀처럼 밀려오는가.

어디에선가 물어온다, 아가! 잘 살아가고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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