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그것일 뿐

142. 꽃부리의 이야기 < 2023년 어느 날 >

by 임선영

서리 맑게 내린 날 아침

붓 끝의 소용돌이

칼 끝의 찔림과 어이 다르리

그 먼 나라 다듬이 소리요

달밤에 부는 피리 소리 같소이다.


봄날의 향기가 누구를 불렀던가

찾아온 님 향기를 부여잡고

네가 있어 봄인 줄 알았구나

어디 갔다 이제야 날 찾았던고

향기에 취해 사계절이 봄이구나.


무슨 인연으로 꽃송이 같은 너

내 품에 안았던고

떨어진 꽃송이 너를 내 품에 보내놓고

둘러쌓여 사랑 안고 가세요

하는 듯 에워쌓여 향기를 품는구나

다듬은 너의 머릿결 비단길 같아

아가! 넌 하늘에서 보낸 천사야.

삼계가 유일 심이라 하지 않던가

유유 청청한 그곳에서의 인연들

인연 작복 영생의 큰일이지 않던가

일은 사람이 하고

뜻은 하늘이 한다

언제 어느 곳에 무엇으로 태어나든

놓인 조건에서

들었지 다만 그것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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