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꽃부리의 이야기 (2000년 3월 7일)
너무 오랫동안 우리는 순리 자연의 경고를 무심히 도 잘도 보내었지.
지식만 쌓았지 지혜의 폭을 넓힐 줄 모르고 너무나 물질 쌓는데만
눈이 어두워 인간이 이기지 못할 거대한 하늘의 힘을 우리는 잊고 살아왔다.
이 어마어마한 하늘의 벌, 우리는 지금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집안에서 며칠 지내면 지나겠지 편하게 살 것 같았는데 며칠이 한 달
두 달 되어가니 창살 없는 감옥 생활이 바로 안 보이는 바이러스와 긴 전쟁이 피를 말린다.
만나는 것, 서로 쓸데없는 이야기 하면서 낄낄대던 인연들이
얼마나 소중한 보물이고 스트레스 해소법이었나 가 절절히 느껴지는 요즈음이다.
하찮은 것 하나도 다 감사하는 낙 생활을 하라는 자연의 경고임을
다시 뼈저리게 느끼는 때이다.
그러나 요즈음 내 옆에는 낙 생활을 하는 사람이 딱 한 사람 있다.
옆에서 나가지도 않고 이것저것 챙겨주는 것이 즐거운 외조자는 늘
그동안 생각도 못했던 간드러진 음성으로 식사 시간마다
"감사합니다" 연발한다.
"당신은 요새 너무 좋겠어요. 내가 옆에 매일 있으니"
"코로나에게 얼마나 감사한지 몰러, 어찌 눈치 챗고만"
참 기가 찰 일이지만 나라 사정이 이러니 순리를 잘 지켜야지 하며
한마디 하려다가 그저 웃고 만다.
모처럼 날씨가 풀린 듯하여 베란다에 죽 놓인 난초들에게 물을 뿌린다.
그냥 난 잎들이 뿌려주는 물세례에 긴 잎을 나풀나풀 날리며 춤을 추듯
고맙다 난리이고 그 옆 "깅기아나"는 벌써 꽃망울이 봉울봉울 맺혀있다.
난리가 난 코로나 바이러스 소식이야 어쨌든 일주일에 물세례 한 번씩
받고 긴 시간들을 그냥 무심히 한 자리가 지루 하지도 않은지 햇볕도 없는
구석에서 지내더니 봄이 온 줄 어이 알고 꽃망울 맺힌 "깅기아나"를 보며 "영물이 로고"
큰 느낌이 순간 나를 때린다.
물질에 물든 인간의 생활, 많이도 먹고, 많이도 가지고 싶고, 많이도 드러나고
싶어서 안달하는 사람들의 모습, 도대체 우리는 누구를 위해서 보상 없는 피움을 피워 보았던가?
바람 없는 피움의 아름다움, 그 미약한 구석의 식물들의 아름다운 피워 냄 어찌 사람이 식물보다 더
단계가 위야 하고 느낄 것인가? 다시 자신을 돌아보며 생각에 잠시 잠겨 본다.
말 못 하는 식물에 물을 주며 순간의 흔들림이 있는 이 고마운 자리 이 어려운 시기에 의지하고
먹고 자고 서로 의지하며 살 수 있는데 고맙고 감사할 뿐 더 무엇이 필요할 것인가.
금세 마음이 풀어지며 돌아 선다.
그야말로 구석구석 만나며 당하는 모든 것과 일들이 공부자리이다.
며칠 답답하고 운동 부족인 다리 건강을 위해 완전 코로나 무장을 하고
마음의 방역을 위해 상동공원까지 만보 걷기를 하자고 부부는 나선다.
모처럼 나서니 자연의 공기는 벌써 나뭇가지에는 연둣빛 물을 들여놓았고
산수유나무들은 이미 노란빛 역력하여 자연의 어김없는 조화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한동안 걷다가 사람들이 많지 않은 의자에 앉아 쉰다.
따스한 봄기운 이리 좋다니, 참 시원하고 기분이 상쾌하다.
옆지기를 슬쩍 쳐다보니 참 편안하게 나이 들어가는 모습이 멋져 보인다.
" 참 당신도 참 멋지게 늙었네 팔순 할아버지, 우리 얼마 남지도 않았을 텐데 재미있게 살다 갑시다"
"웬일야! 그럼 그럼 우리 그러세, 그런데 당신 왜 그렇게 변덕이 죽 끓어?"
살짝 눈웃음 뛰우며 던지는 한 마디에
어제 내가 공연히 화가 나서 소리 질렀던 말이 생각난다.
"에이! 당신 요새 여자 같으면 벌써 이혼 감야, 그 잔소리 누가 들어"
웃기 잘하는 마누라는 자기 한 말이 생각나서 웃음이 터지기 시작한다
어제의 모습과 오늘의 내 모습을 생각하게 하며 실없이 던진 남편의 말 한마디가
그야말로 뜻깊은 코미디다.
방콕 스트레스 트라우마가 던지는 말 한 방에 속사포로 날아가는 듯 공원에 폭소가 울려 퍼진다.
하하하하~~~ㅋㅋㅋ
아! 이것이 사는 거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