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 꽃부리의 이야기 < 2012년 2월 5일>
전철을 탔다.
우연히 만난 또 하나의 친구를 위해서...
이렇게 무료하게 아무 생각 없이 홀가분하게
전철을 타는 것이 얼마만인가.
날씨가 조금 풀려서 그런지 전철을 타자마자
찝찔한 냄새가 나기 시작한다.
나이 든 어른 앞에 서면 시디 신 김치 냄새가 코를
찌르고 , 된장 냄새 같은 냄새가 어찌 나는지 조금은
불쾌하다.
거기다 옆에 어떤 사람이 방귀를 뀌었는지
젊은 연인들의 향수 냄새에 뒤 범벅이 되어
모처럼 한가한 외출이 영 말씀이 아니다.
나 타는 선 전철은 순 토종 신토불이만 사는지
혹시 나 한테서도 입 냄새가 날까 봐 신경이 곤두선다.
겨우 공석이 하나 생겨 뺏길세라 후다닥 앉는다.
아이들이 미워하는 여자의 1순위 행동을 서슴없이
하는 어쩔 수 없는 할머니다 나도.
건너편에 이쁘지도 않은 얼굴을 콤펙트 내놓고
마구마구 두든린다.
거기다 시뻘건 립스틱을 홀라당 까 가지고
입술에 직직 문지르는 꼴은 꼭 창녀가 따로 있나
흉하다, 외국 어디에 선가는 공공장소에서 화장을 하면
창녀 취급을 받는다던데, 민망스럽다.
조금 있으니 사내아이 학생 세 명이 탄다.
"야 오늘 우리 수업 시간에 되게 쪽 팔렸지"
"야 그 진짜 새끼, 00 선생이라고, 치사 뻥이다"
아무 죄의식 없이 말이면 다 말인 줄 알고 거르지 않은
거친 말을 스스럼없이 해 대는 청소년이 이리 많은데
우리나라 말 아름다운 언어들이 시궁창에 쳐 밖혀 살려
주세요 소리치는 듯, 공연히 서글프다.
그래도 나서지 못한다. 그다음에 당할 일이 무서워서....
아름다운 말만 하고 살아도 인생은 참 짧고 허망한데 말이다.
아이들이 이렇게 욕을 아무 죄의식 없이 내뱉는 학생들 있는
시대 그 속에서 어른이라는 자는 무서워서 자꾸 귀만 문지르는
시대이다.
학교 옆 산책을 하다 보면 길 가 빈 의자가 있는 밑 자리는 늘
마른침이 가득 한 걸 본다.
괜히 침을 탁탁 뱉으며, 또 발로 문지르며 이야기하는 학생들의
모습은 쉽게 보는 광경이다.
영, 수 국, 만 가리키고 , 도덕 책은 구석에 쳐 박아 논 교육의 현실
앞에 못난 나는 할 말을 잃는다.
바보 같은 두더지들, 어차피 우리는 땅 굴 속을 달리는 문명에 몸을 실은
지금 현재 두더지들이 아닌가.
마름 말을 하지 못하는 시대 앞에서 어른이 되지 못한 할망구...
밝은 땅 위가 너무 복잡하고 살기 함 들어 땅굴 속으로 달리는 두더지~~
꾸벅꾸벅 암컷 두더지 한 마리가 졸다 깬다.
나는 전철만 타면 오만 공상을 하다, 또 존다.
아마 두더지라 전철 속에서 무심이 제일 잘 되는 모양이다.
분당선을 갈아탔다.
갑자기 상큼한 공기가 내 몸을 감싼다.
예민하기로서니.....
소위 강님파들이 옮긴 동네로 가는 전철이라 괜히 공기조차 향긋하다.
쭉쭉빵빵한 숙녀들이 죽 앉아있다.
피부는 희고 눈 끝이 정감 없이 날카롭고 차다.
꼴은 좀 부스스, 살아가는 데는 김치 냄새가 나도 좀 정감 있는 데가
좋은데... 혼자 공연히 중얼 거린다.
약속한 장소에 가기 위해 택시를 탔다.
내 사는 곳 같으면 걸어서 갈 장소를 택시를 타며
"그래 모르면 이렇게 돈으로 때우는 거야"
그리고 오후에 난 고향에 가기 위해 고속버스를 탔다.
머리를 뒤로 차분이 묶어 내린 옆 자리의 그녀가
지적인 미소를 머금고 악수를 청한다.
갑자기 하루에 이런 만남이 또 있다니 정신이 든다.
외모 하고는 틀리게 적극적이다.
고향을 가다가 옆자리에 우연히 같이 앉게 되었던 여인
어쩐지 그 여인은 나하고 무슨 인연이던가.
물어도 안 보는데 그녀는 시인이라고 밝히고
시는 상큼한 사과를 한 입 배여 먹는 것과 같다고 하며
말문을 열며 눈을 맞추며 달리는 긴 시간을 시 얘기를 한다.
입속에서 사각하고 깨무는 순간 그 달콤함 과 새콤함이 가미된
맛, 그것이 시라고....
이 여인 뭐야, 나 한데 시 냄새가 나나.
그날 우리는 서너 시간의 여행 중 많은 동질 동감의 감정을
이야기하며 헤어졌다.
옆자리의 그녀 나 나나 우연히 가다가 옷깃을 스친 여인이 친구가
되었다면 그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몇 만겁의 전생을 거슬러 거슬러 올라가서 맺어 있던 소중한 인연 일 것이다.
불란서에서는 100편의 시를 외워야 국어를 가르킨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말이다.
오늘 하루 여러 명의 인연들을 만나게 되며 하루 해가 저물었다.
무심한 내 하루의 일기가 이런저런 이야기로 풍요로우며
걱정 반 즐거움 반으로 채워지며 무심한 하루는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