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가 만들어 준 동화

266. 할머니 밟지 마세요. <2012년 편집>

by 임선영

할머니 밟지 마세요

글, 그림 / 임 선영


"할머니, 여기 보세요 애기 꽃 잎이 나왔어요"

어제는 눈 꼭 감고 있었는데 오늘 눈을 떴다고 신기한 듯

지원이는 유치원 가는 길도 잊었는지 금방 터질 듯 봉오리 가득한

아파트 뜰에 영산홍을 바라보며

담장에 곧 터질 듯 꽃망울 안고 있는 개나리를 바라보며

" 너무 귀여워요"

유치원 늦는다고 빨리 가자고 재촉하는 소리는 들리지 않는지

"할머니, 이 꽃 애기는 언제 태어나"

"음 모레쯤이면 방긋 웃으며 피겠는걸"

"모레도 유치원 가"

유치원 가지 않으면 못 보는 줄 알고 물어온다

"그래 모레 아침에 우리 일찍 유치원에 가면서 보자"

금세 생글생글 웃으며 할머니 손을 잡고

"내일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손을 놓고 갑자기 쏜살같이 달려간다 했더니

철퍼덕 엎어진다.

울음소리가 없다. 웬일일까?

갑자기 고개를 쳐든 지원이는

"할머니 조심조심 오세요. 발 밑에도 예쁜 풀 아기가 태어났어요, 밟지 마세요"

깜짝 놀란 할머니는 발 밑을 본다.

인도의 부럭 사이사이 어느 사이 돋아 났는지 연둣빛 어린 풀들이 봉곳이 솟아있다.

언제 넘어졌나 하고 탈탈 털고 일어난 지원이는

"할머니, 이 풀이 태어나려고 얼마나 힘들었겠어요, 애기잖아요, 그런데 밟으면 죽잖아요

금세 죽으면 가엾잖아요, 밟지 마세요"

쪼그리고 앉아서 돌 사이에 비집고 돋아난 작은 풀을 유심히 바라보며 지원이는

"풀아! 잘 살아, 내가 밟지 않을게"

" 할머니 이 풀꽃 이름이 뭘까"

아마 민들레 일 거라고 가리켜 주웠더니

민들레야, 아기 민들레야

사랑해 오래오래 나랑 같이 살자

내 이름은 지원이

니 이름은 민들레

우리 짝하면서 아침마다 만나자.

아직 너무 짧은 팔인 아기 민들레는 그냥 땅에 딱

붙어서 지원이의 말이 들리기나 하는지 멍하니 하늘만 본다.


갑자기 하늘에서 반짝반짝 아침 햇살이 어린 지원이와 어린 풀꽃을

쓰다듬듯이 비친다.

"할머니, 아침 햇살도 우리처럼 어린이인가 봐요"

" 음, 모르겠는걸"

"할머니는 그것도 몰라, 봄 아침 햇살이잖아요, 뜨겁지 않고 따뜻하잖아요"

갓 태어날 민들레 같은 지원이가 귀여운 모습으로 햇살을

받으며 유치원을 가고 있다

"지원아! 같이 가자"

뛰어오며 반기는 친구의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후유, 친구 선물을 집에 두고 왔네"

"무슨 선물인데"

그건, 그건 말이야 우리 둘만의 비밀이야

작가의 이전글인생 참 거시기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