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 꽃부리의 이야기 (2020년 7월 29일)
새벽잠을 깨서 서실로 들어선다.
어제 그리다 만 그림들이 너저분하게 널려있는 방
함께 한 붓들이 나란히 누워
"저 충분히 휴식했걸랑요, 오늘은 누구를 그렸나요?"
물어오는 듯 그냥 紙筆墨이 정겹다.
어찌 이 재주를 가져 비우며 만나는 벗, 후배, 동네 친구, 내 아이들
골고루 선물할 수 있는 행복....
돈으로는 살 수 없는 인연들과의 교류를 통 해 정을 주고받는 일
이 보다 더 귀중한 일 더 있던가?
코로나의 외로움은 잊었던 어린 시절의 어울림을 다시 그리게 하고
또 찾게 해 주며 무언의 교훈을 던져준지 않았던가?
시원한 여름 바람 속에 툭 잘라먹던 아삭한 수박
보리수나무 밑에 멍석을 깔고 앉아
달콤한 노란 참외를 쓱쓱 깎아서 먹던 추억들이 몽조리
가슴으로 붓 속으로 달려와 그려달라 파 묻힌다.
이제와 그려보니 고향 동네는 나의 정을 웃음을
가르쳐주던 유치원이었다.
정을 주체할 수 없어 누군가 만나 정담을 나누는 시간이 좋고
많으면 누군가 나누어 주워야 직성이 풀리는 이 품성은
아낌없이 동네의 여자 손녀를 보살펴 주던 그 순수한 정에서
나눔을 배웠을 것이다.
큰 재산을 남겨주지는 못하셨지만 잔잔한 예능의 재주를
물려주신 고마운 우리 아버지의 은혜에 깊은 감사를 느끼며
작지만 무언가 내 인연들에게 줄 수 있는 행복....
이 보다 더 큰 즐거움 어디 있던가. ^*^
또 하루가 이렇게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