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녀를 기다리는 비 오는 날

32. 꽃부리의 이야기 (2020년 8월 5일)

by 임선영


코로나 때문에 밖을 잘 나가지 않던 할머니는 교대역 부근에서 인턴 생활을 하는 손녀를 만나기 위해 날을 잡았다.
코로나에 장마에 모처럼 나온 나들이가 무척이나 행복한 할머니는 12시에 만나기로 한 시간이 행여 늦을세라
일찍 출발하다 보니 약속 시간을 무려 1시간 빠르게 도착했다.
전철역에서 가까운 호두과자 집에서 냉커피 한 잔과 호두과자 5개를 시켜 놓고
손녀에게 카카오톡을 친다.
“예지야! 할머니 벌써 왔다. 기다릴게 9번 출구 입구 호두 과자 집으로 와”
“ 곧 갈게”
호두과자 집 창문 너머 풍경이 아름답다.
물장구를 치며 달리는 크고 작은 색색의 차들이 부지런들도 하다.
걸친 옷처럼 필수품이 되어버린 색색의 마스크를 너도 나도 뒤집어쓰고 무어가 그리 바쁜지

흔들고 가는 사람, 부슬부슬 비 속에서 팔짱 안 끼면 어디로 달아나나 그 비속에 매달려 가는

연인 하며 커피를 마시며 바라보는 풍경이 갑자기 누가 그림쟁이 아니랄까 분위기 있는 한 컷의

그림으로 가슴에 안긴다.

나이는 어디로 먹었나, 할머니 가슴이 아닌 젊은 여인의 마음으로 돌아가 손녀를 기다리는 이 시간이
그 젊은 시절 비 오는 날 누군가를 기다리며 홀짝거리던 커피의 향으로 바뀐다.
혼자 중얼 거린다.
“ 모처럼 참 분위기 있는 날이네”
그때 잘도 웃는 우리 손녀가 “할머니” 하며 나타난다.
어느 사이 훌쩍 커서 꼭 직장인 같은 모습으로 발랄하게 할머니 눈 안으로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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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팔을 끼고 먹자골목으로 들어간다.

“너 먹고 싶은 것 골라 들어가자, 오늘은 할머니가 쏜다.”
“할머니 우리 보쌈 먹자”
“그래”
보쌈 집 분위기가 강남이라 그런지 멋지다, 음식 맛도 맛이지만 분위기 맛도 음식 맛 못지않게

그날의 즐거움과 맛을 돋보이게 한다.

별 반찬 아닌데도 깔끔하고 분위기 있게 차려 나온다.
보쌈 돼지고기도 도톰해서 무말랭이와 김치와 싸 먹는 맛이 끝내준다.
“할머니 깔끔하고 맛있다 그렇지”
“야! 정말 맛있다”
“그런데 이 비 오는 날 할머니가 아이스커피를 먹었더니 춥다”
손녀는 할머니 그 말에 또 무어가 그리 우스운지 깔깔 거린다.
손녀만 만나면 수다스러워지는 할머니는 밥풀이 튀는지도 모르고 씨부렁댄다.
질색을 하는 손녀가 소리 지른다.
“할머니, 튀지 말고 말해 실례야 조심 좀 해”
“야! 할머니가 갑자기 말하다 보면 침이 지르르 흐른다”
“할머니 또 말 돌리네, 조심 안 하고 말하니까 그렇지, 남하고 말할 때 조심해”
그렇게 질책하며 반가운 할머니를 만나서 말하는 손녀가 밉지 않은 할머니는 모르는 척 다른 말을 한다.
“야! 할머니 또 또 다른 말로 돌린다”
그러면서 우리 할머니는 웃기는 할머니라고 또 눈웃음을 활짝 피운다.

그 할머니를 잘 봐주는 손녀나 눈치하는 손녀를 좋아하는 할머니나 똑같다.

세월이 모두를 그렇게 만들었다.

늙은 할머니는 산전수전 겪은 세월 때문에 그 성격 유해졌고 어린 손녀는 성인이 되고 보니

나이 든 할머니가 안쓰러워 봐 주는 것 같기만 하다.

이유야 여하튼 손녀를 만난 할머니의 하루는 손녀의 얼굴을 보기만 해도 마냥 즐거운 하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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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머지 반찬도 골고루 맛을 보며 맛있게 맛있게 정답게 정답게 할머니와 손녀는 같이 점심을 먹었다.

할머니가 손 대기 어려운 아이패드 다루는 법을 손녀에게 물어보며 늙어가는 모습을 늦추려 애쓰는 할머니의 질문을
알기 쉽게 잘도 잘도 가르쳐 주는 손녀가 있으니 이 아니 즐거운 하루가 아니던가.
“할머니 잘 먹었어 조심히 가요”
“그래 우리 주말에 만나자” 우리는 그렇게 또 만날 텐데 못 만날 것처럼 오늘도 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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