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꽃부리의 이야기 ( 2020년 8월 7일)
<아버지 그림>
< 인천 딸의 그림>
재주는 물려받는다는 말이 실감 나는 우리 집 풍경이다.
딸네 집에 들르면 거실 한가운데 그 바쁜 생활 가운데서도 가지런히 연습한 자욱이
놓여있다. 얼마 하지도 않았는데 잘도 쓴다.
쉬는 이틀을 멍하니 놀지 않고 또 새로운 것에 집중하여 보내는 시간의 할애도 칭찬할 만
하지만 그려내는 글씨 재주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선천적 재주야, 재주는 혈통으로 물려받는다 하더니 딱이다.
딸을 생각하면 옛일이 생각난다.
막 내가 그림을 시작하던 시절이다.
고등학교에 다니던 딸아이를 방학 동안 무언가를 시켜야 한다고 생각하여
그 시절 동아문화센터에 들게 하여 그림을 가리켰다.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엄마가 3년 배운 솜씨 보다 1달 배운 솜씨가 얼마나 우수했던지....
그 솜씨를 그쪽으로 밀어주지 못한 엄마의 재능 발견의 무지를
실감하는 요즈음이다. 우리 아버지도 그랬고, 나도 그랬고 역시 우리 딸도
팔자처럼 못 그랬다.
<손녀 그림>
그 아버지에 그 딸 그리고 그 딸에 딸, 그 시절은 딸의 재주가 많다고 그런 것을
눈여겨볼 만큼의 삶의 여유가 없었다. 주저리주저리 얽히고설킨 형제 간들
간수하며 빨리 열심히 절약하며 자리 잡는 일에 몰두하며 세월의 둘레 길에
같이 동승하여 살아갈 자식들 하나 둘 생기니 이 감당 저 감당 너무 벅차
병 생기지 않고 나쁘다 소리 듣지 않고 우애하며 다 잘 살리는 길에
몰두하는 재주 밖에 다른 생각을 할 틈이 없는 세월이었다.
그저 건강하게 자라고 건강하게 있어주고, 별 탈없이 함께하며 가는 길이
잘 살든 길이였으니까. 그래도 버릴 수 없었던 키들은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아도
품고 태어나서 줄줄이 그 핏줄을 타고나서 면면이 자연스레 그려지고 쓰이고
그 모습을 턱 내놓지 않던가?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 피가 어디가 하는 어른들의 말씀들이 너무나도
절실하게 생각나는 요즈음의 우리 집의 풍경들이다.
그림으로는 이름을 날리지는 않았지만 다른 곳에서 월등한 우월을 비치며
열심히 살고 있는 인연 인연들....
물질보다 값진 재주를 물려준 선조들께 이 재산을 이용하여
틈새의 즐거움을 찾는 자손들이 되었으니 경사로 세.
< 증외손녀 그림 >
더더욱 감동할 일은 외손녀의 그림 솜씨다.
오말 조밀 요런 저런 재주를 다 가지고 있는 손녀는 이 어둡고 참담한 방콕 생활에서
한 줄기 빛처럼 세월 묻은 할머니 가슴을 활기차게 해주는 청량제이다.
손녀의 웃음이 그렇고 가끔 그려서 보내주는 손재주에 화들짝 놀란 할머니의
가슴이 콩닥콩닥 뛰며
"요런 요런 재주꾼 정말 아깝네"
할머니 세대처럼 고생들을 하지 못해서 어려움을 견디려고 하지도 않고
기회도 오지 않는 아쉬움은 있지만 어쩌라 그것이 이 세대의 타고난 복인걸.
활짝 웃으며 품으로 달려드는 손녀의 그 순수처럼 밝은 그림 앞에서 할머니는
父前 母傳 孫傳의 재간이 어는 세기의 세대인가 콕 찍어 낸 큰 예술인의 한 인물로
탄생하여 빛을 발 할 것이라는 생각이 문득 慧의 섬광처럼 섬찟 함으로 지나갈 뿐이다.
부디 모두 지금 여기 이 자리에 최선을 다 하며 잘 살다 가세
멋진 우리 인연들이여~~~ 부라보 인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