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눈물

24. 꽃부리의 이야기 (2021년 2월 25일)

by 임선영

옛날 같지가 않다. 남편의 모습이, 그렇게 체계적으로 척척 알아서 해내던

하찮은 일들도 순서를 갈팡질팡하고, 병이 난 것도 아닌데 검사만 하는 일도

하고 나서 그냥 피곤 해 한다.

몇 살 덜 먹었다고 내 눈에 남편의 모습이 측은 해 보인다.

자식들이 보호해서 건사해 줄 나이에 자식들은 각자 자신들의 생활이 바쁘니

혼자 만사를 해결 하느라 애쓰는 모습이 어찌 그리도 마음에 걸리는지 병원 갔다 오는

길이 내내 안쓰럽다. 주머니 돈이 쌈지 돈이지만

"여보 오늘 점심은 내가 쏠게 우리 맛있는 것 먹고 갑시다"

일찍 병원 가느라 적당히 때운 아침 때문인지 우리는 단 꿀처럼

맛있는 점심을 먹고 집으로 향하는 길에 코로나가 따라오겠냐며 너스레를 떤다.

" 난 참 복이 많아, 마누라가 따라다니지, 밥도 사주지 "

공연히 웃으며 농을 건다.

" 그래 나 역시 그렇지, 같이 해주는 당신 있으니"

농담 속에 진심이 있다고 우리는 답답한 코로나, 어려운 일들을 같이 위로하며

남은 여생을 그럭저럭 재미있게 살아간다.

집에 와서는 텔레비전을 틀거나, 깨임을 하거나 시간을 보낸다.

"우리 이혼했어요" 시간이다. 이영하의 이혼 이야기가 나온다.

흰 눈이 펑펑 내리는 날 이혼 전의 양쪽 부모님 산소를 찾아가 인사드리는

나이 들어 인생 더 살고 보니, 참 그리운 것도 많고 잘못한 것도 많은 인생사를

느끼며 지나 온 세월이 아쉬운듯한 옛 인연들의 모습에서 참회의 한이 말하지 않는

가운데 잔잔히 가슴을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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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부부가 만나서 산전수전 다 거치며 50여 년 해로하는 일이 쉬운 일 같아도

얼마나 어려운 일이며 막상 이혼하고도 만나서 아쉬워하며 순간순간 나타나는

애틋한 모습들을 보면서 가슴이 뭉클뭉클한다.

제발 조금만 참고 잘 살다가지.... 그 입장이 돼 보지 않았지만 못내 아쉽다.

그리고 열심히 최선을 다 해 서로 가정을 지키며 50여 년 고생 안 시키고 살아주고

잘 보살펴 준 남편이 새삼 고마운 생각이 든다.

난 갑자기 남편을 향 해 "여보 우리 허그 한 번 합시다."

남편을 꼭 끌어안고 순간의 속 마음을 풀어낸다.

"여보! 고마웠어 그리고 수고했어 50년 동안 이 못난 마누라 잘 살게 해 주워서"

순간 아내의 허그에 남편은 소리 없이 핑그르르 눈물을 보인다.

갑자기 나도 눈물이 어린다.

"그래 당신 애썼지 뭐"

정말 그렇다. 이만큼 살고 보니 뭐 산다는 것이 별것 있던가 하는 생각이 너무 자주 든다.

좋을 것도 나쁠 것도 없이 그저 내 집에서 끼니 걱정 않고 아이들 건강히 자라 가정 잘 이루고

앞자리 슬픈 일 당하지 않고 살아가는 일이 얼마나 큰 축복이던가.

지금 여기 이 자리 감사로 잘 지키며 살아가는 일이 남은 생 너, 나를 위하는

최선의 지름길인 것을.....

올 해도 벌써 2월이 다 지나간다. 세월이 참 유수 같이 가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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