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꽃부리의 이야기 (2020년 9월 22일)
벌써 입추 코로나가 가두어 놓은 곳곳에 가을은 어김없이 스며들어 있다.
그 하늘 아래 공원이던 백화점 옥상이던 숨을 쉬고 앉아 있다.
옆에서 어떤 이웃이 " 야! 뭐 이런 지릴같은 세상이 있냐?"
그 말투가 상스럽지 않고 그냥 시원하게 들리는 것은 같은 마음 일 것이다.
언제 어느 곳에 앉아 있어도 아이 엄마보다는 견순이 견들이 엄마들이
유모차에 태우고 안고 가는 사람이 너무나 많은 길거리 풍경이다.
이웃과 웃음이 사라진 요즈음, 아이들 웃음소리, 노랫소리 사라진 거리에
견공들의 짓는 소리 가득하다.
얼굴에 비해 너무 큰 마스크를 쓴 어쩌다 나타난 아이들을 훔쳐보고 있는
골목의 놀이터는 인적조차 끓어진 지 오래이다.
어느 책에선가 읽은 기억이 난다.
지옥의 풍경에는 아이 들어 없다 하지 않던가.
아이들 웃음소리가 사라진 세상은 바로 지옥이 될 터이다.
아이들은 인간이 가질 수 있는 희망 꿈 우리 미래의 육신이 아니던가.
이미 2018년 세계 유일 출산율이 1.0 이하로 떨어지고 고령화 시대로
접어들어 여기저기 자신을 위시해서 노인들이 빈 의자에 즐비하게 앉아있다.
정을 받아야 할 나이 든 세대들이 정을 느끼고 말하고 그 정 속에 행복해야 할
시간이 전혀 만들어지지 못해 치매성 우울증으로 옛날의 고려장이 돼버린
요양원으로 가는 노인들이 주위에도 수두룩한 슬픈 세상살이다.
아직은 느낄 수 있고 한탄에 글을 올릴 수 있는 건강을 가지고 있으니 이렇게 글로나마
어찌해야 하나 걱정을 하고 있으나 나도 언제인가 그러지 말라는 법이 없을 것이다.
결코 남의 일이 아닌 것이다.
지금은 그래도 밑반찬을 베란다에 창고처럼 해 놓고 이것도 저것도 담아 놓고 나누어 먹는
정이 남아있어 오면 가는 인과를 실천하고 있으니 감사생활이다.
우리 집 뒤에는 예쁜 뒷길이 있다.
집에 있다 답답하면 훌훌 왔다 갔다 몇 바퀴 걷기도 하고 바람도 쏘이고 하늘빛도 보고 푸르른 나무 숲을
올려다보며 숨을 쉬는 터이다.
그 길 따라 옆 동네 후배가 정을 들고서 주고 간다.
농장에서 땄다는 애상추와 애무 싹을 깔끔이 씻어서 가득 담고
"고구마 켔어요, 얼마 안 돼요, 맛보세요"
돈으로는 계산되지 않는 옆 동네 후배의 정 나눔이 오고 가는 세대가 아직도 우리 동네 뒤뜰 길에서
만날 수 있는 행운, 어린 시절 시골집에 가면 텃밭에서 싱싱하게 솎아 온 어린싹의 야채들을 우물가에서
엄마는 깨끗하게 씻어서 한 소쿠리 상에 올려놓으시면 쌈장에 싸 먹던 그 꿀맛 같던 잊지 못할 맛
고기도 구워먹이고 씨암탉 고와 먹이던 추억은 기억나지 않고 그 추억만 아련히 그립고 그리운 날이다.
어디에서도 살 수 없는 정으로 얼크러진 회상의 그림들이 궂은날 궂은 마음을 말끔히 씻어주는
청량제 일진대~~~ 아름다운 순간, 마음, 경치, 그 속에 흐르는 느낌은 와~~ 돈으로는 살 수 없는
초자연의 그림이여라, 아~~ 나는 그 맛에 시인이 되었나?
내 아지트 또 하나의 뒷창고 멸치젓도 새우젓도 담아놓고 깻잎도 담아놓고 마늘장아찌도 담아놓고 매실청도
요것 저것 손 닿는 데로 담아 놓고 우정을 나누고 싶은 인연 다녀가면 오밀조밀 나누어 먹는 재미가 가득한 창고 오늘도 정을 나눈 옆 동네 후배에게 줄 밑반찬을 이것 쪼끔 저것 쪼끔 싸서 놓고 갖다 줄 날을 기다린다.
오고 가는 정을 어찌 돈에 비교할까
내 머리 위에 둥둥 떠있는 생각의 풍선
들여다보는 것 같은 아름다움
정을 놓고 가는 뒷모습
뒤뜰을 총총이 걸어가고 있네
칭찬에 인색한 채 공간을 점령한
혐오와 증오 가득한 발언은 옮겨지고
툭 튀어나오는 노골적 상스러운 표헌들
우리와 그들로 갈라져 상대를 공격
보수 대 진보 노인 대 청년
아이코 머리야 싸매고 있었는데
오메 오네 가야지
맛으로 얼커진 정이 간다
아이코 줘야지 갚아야지
놓고 갈 텐데 있을 때 나누지
뒷창고에 쌓인 신맛 단맛 고향맛
그 맛 나누는 재미 숨 쉬기에
말 공장 글 공장은
미치지 않고 오늘도 멀쩡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