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어 보이면 좀 어떤가.

385. 꽃부리의 이야기 <2025년 8월 8일 >

by 임선영



친구가 많다 보니 별별 친구가 다 있다.
각양각색 친구들이 나이가 들어가니 별스럽게 늙어 가면서도 본인이
늙은것을 순간 모르는 착각에 빠져있다.
심지어는 주름진 얼굴을 쳐다보지 말고 목걸이, 귀걸이, 안경, 반지, 팔찌 페물에

눈돌려 보라고 늙은 얼굴에 주저리 주저리 걸고 거기에 밝은 빛의 마후라 까지 맨다.
기가 찰 일이다. 원맨쑈의 풍각쟁이 갔지만, 그렇게 말해주지 못한다.
나이를 먹어서 삐치기도 잘한다.
그 마저도 너무 재미있다, 그리고 부끄럽지 않은 나이가 되여서 어쩌면 슬프다

할 수 있다.
전철에서나 길거리에서나 가시네 처럼 꾸민 친구 중 한 명은 품위있게 늙은 남자들을 보면 참 멋지게 늙으셨네요.

학창시절이나, 젊은 시절에는 오만 얌전이란 다 떨고 잘난척도그리 많이 하던 친구가 그러니 더 어이가 없다.
"정말로 그렇습니까? 제가 벌써 70이 훨 넘었는데요, 이젠 손 발 저리는 나이가 됏어요."

질문이 들어온다.
“ 몇 살이나 되셨는데요.!”
"네 저도 내일 모레가 칠십이예요."
넘어도 훨씬 넘어서서 망팔을 들어섰는데도 거짓말이 술술 터진다.
"와! 그런데 왜 그렇게 오십정도 밖에 안보이십니까"
그 소리 듣고 싶었던 친구는 성형을 할 수 없는 주름진 손은 감추지 못하고
얼굴을 가리고 홍조를 띠며 웃는다.
“뭐가요?”
상대방 남자는 빙긋이 웃으며 대답한다.
“참 고우시군요…”
와, 정말 환장한다. 손이 다 간질 간질 해진다. 정말 말도 안 되는 이런 종류의
말걸이라도 던져야 남자들이 말을 대꾸 해 주는 나이가 된 것이다.
문제는 다른 친구들도 이런 행동이 아무렇지도 않다는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이런 ‘잔잔한 말 장난"이 필요하다며 말을 거들기 까지 한다.

와~~ 그들이 내 친구라니 기가 차지만 인정하고 간다.
최근 몇 년 사이 내 친구들은 이렇게 급속히 늙어간다.
이제 아무도 늙어가는 것에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않는다.
심리적으로 포기하고 나니, 몸은 더 빨리 망가진다.

서로 편한 사이되여 만나서 모여 놀다보면
모두들 허리띠가 배꼽 위로 올라오는 펑퍼짐한 바지를 입고,
뒤로 거의 자빠지듯 의자에 앉거나, 입에서는 이이쿠 허리야
소리가 아무렇지도 않게 흘러 나온다.

하는 이야기라고는 죄다 세상 못마땅한 이야기뿐이다.
키워 놓았더니 소용 없다는 둥, 며느리가 상전이라는 둥
가끔 천장을 올려다보는 모습이 많이 서글프다.
몸과 마음이 무너지면 인상조차 훨씬 나이 들어 보이게 된다.
더 심각한 것은 나이 들어 보이는 만큼 일찍 죽는다는 사실이다.


당연한 이야기다. 몸과 마음의 상태가 안 좋으면 늙어 보이고, 그만큼 일찍 죽는다.
병에 걸려 몸이 아파 늙어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치자.

그러나 왜 마음마저 일찍 포기하고,
손발 저리는 그 형편없는 ‘아저씨 유머’에 즐거워서 홍조를 뛰우며 낄낄대야 하는가?
나이보다 늙어 보이는 이유는 삶이 재미없는 까닭이다.
정력적으로 살던 이들이 은퇴한 뒤 갑자기 늙어버리는 모습을 자주 본다.
자신의 존재가 확인되지 않기 때문이다.
사회적 지위가 높았던 사람일수록 은퇴한 뒤 더 빨리 늙는다.
존재 불안의 우울함 때문이라한다..
특히 건강에 자신있어 했던 사람들이 우울해질 경우 심장병에 걸릴 확률은
훨씬 더 높아진다 한다.

나는 요사히 이전에는 상상할 수 없던 옷도 사 입고, 놀아주는 동생들에게

맛있는 밥도 잘 사주는 왕할머니 아닌 왕언니가 되였다.
그리고 젊은 사람들 속에서 놀려고 애쓴다.
마음은 좀 젊게 가져 보지만 조금 늙어 보이면 어떤가...
아무튼 난 친구가 하는 유머’ 따위는 죽을 때까지 절대 안 할 거다.
못하고 죽을 거다.
그러나 악착같이 그 나이에 맞게 건강하게, 아주 재미지게 살다가. 갈것이다.
내 마음대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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