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 살 인생을 읽고

398. 꽃부리의 이야기 < 2011년 10월 23일>

by 임선영



"할머니! 이 책도 읽어 보세요. 괜찮네요."

이외수의 "하악하악"과 위기철의 "아홉 살 인생"이다.

"하악하악은요, 너무 웃기는 재치가 기가 막히고요.

내내 웃으면서 읽었어요"

"아홉 살 인생"은요, 가난에 대한 큰 간접 경험이 되네요.

엄마, 아빠한테 감사하면서 읽었어요"

중2 손녀가 읽은 책을 골라서 나한테 던져주고 간 책이다.

마침 읽을 책이나 사러 갈까 하던 참이라

그냥 읽어 내려갔다.


모든 바퀴의 종점, 산 동네

구르다 구르다 더 내려갈 곳이 없어

오기로 거꾸로 치고 올라가 꼭대기까지

깡통 모양의 양철 물통을 메고 길어 온 물을

부엌 항아리에 가득 채워 놓고 산 동네의

하루 일과를 시작하는 인생.

아버지가 세수한 물로 온 가족이 세수하고 또 그 물에

걸레까지 빨고서야 비로소 버리는 산동네의

9살 인생이야기다.

그 아이가 그곳에서 보고 느끼고 경험한 이야기가

적나라하게 펼쳐진다.

그 꼭대기에 더 불쌍한 존재 토굴 속에 사는 귀신같은

할머니가 있다.

사람들은 산 꼭대기 거적 같은 집에서 살지만 그 토굴

할머니를 보며 "저 할머니도 더 불쌍하게 사는데" 하며

위안을 받으며 산다.


어느 날 9살 소년은 엄마에게 질문을 한다.

"어머니 토굴할머니보다 더 불쌍한 사람도 있어?"

"글쎄, 아마 있겠지, 그래도 할머니는 살 토굴이라도 있잖니?

세상에는 집도 없이 떠도는 사람들이 아주 많단다."

"그 사람들 보다 더 불쌍한 사람들은 없을까?"

"가난하다고 해서 모두 불쌍한 것은 아니야. 가난한 것은 그냥

가난한 거야, 가장 불쌍한 사람은 스스로를 불쌍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야"


9살 소년의 가슴속에는 어머니의 이 평범한 그 말이 평생을

떠나지 않았다.

그래서 그 아이는 평생을 구태여 불쌍함을 구걸받으려는 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그렇게 자란 아이는 숲에서 단 한 번도 겪어 보지 못한 신비하고 무궁무진한

조화의 놀이터라는 것을 발견한다.

다행히 이 산동네 아이로써 신선한 자연의 놀이터의 발견은 엄청난 행운

이였다.

아홉 살짜리는 그 숲 속에서 골방 철학자를 만나고, 속물이 뭔가를 배우고

"아아나, 돈!, 에미 허벅지 살 푹푹 떼서 풋주간에 내다 팔아라"

"컥! 조놈의 조동아리 바늘로 쫑쫑 꿰매 뿌릴라!"

그런 독설도 듣으며 물론 말씨들이 거칠다 해서 그들의 행동까지 난폭한 것이

아니고 오히려 비굴할 정도로 소심하고 순종적인 사람들을 만난다.

도시락을 내놓기가 너무 부끄러운 새까만 깡보리밥, 반찬은 양념 않고

소금에 민 절인 허연 열무김치가 고작 그나마 된장만 푹 한 덩어리

퍼 담아 준 경우도 있었다.

그 아이는 그 도시락이 가난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적나라하게 가르쳐준다

그 아이는 집으로 가는 숲 속에서 혼자 도시락을 까먹기도 하고

더 가난한 기종이를 만나서 따뜻한 소리가 나는 개울가 숲 속에서

먹는 도시락은 정말 꿀맛이었다.

자연은 그렇게 그를 가리키며 키워냈다.


그런 속에서 아이들은 우연한 기회의 칭찬받는 일 한 번으로

180도 달라진다.

잔잔한 호수에 돌멩이를 던지면 파장은 동심원을 그리며 펴져 나간다.

미술 대회에 최우수상을 받은 아이가 된다.`````````````

"이 붉은 띠는 허리띠처럼 보이는데...?"

" 이 붉은 띠는 강물이에요, 너무 슬퍼서 아이의 눈물은 강이 되었어요"

"이 뾰족 뾰족한 것은 무엇이니?

"그 아이의 마음은 이렇게 심한 상처를 받은 거예요"

9살짜리 아이의 산동네의 가슴 아프게 보고 절여져 있던

경험이 상상력이라는 보고를 타고 싸움박질이 지긋지긋 해졌고

아무 짝에도 소용없는 짓이며 숲길을 걸으며 경험했던

궁핍이 아름답게 승화하는 방법, 사랑으로 변하는 경험

질 나쁜 아이와의 서로 주고받는 숲 속의 대화와 주고받음을

통해 그 아이는 순하게 성장을 해 가고 있었다.

대신 그는 칭찬을 받기 위해 정말 열심히 그림을 그렸다.

칭찬을 돌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이 실감 나는 대목이다.


어렸을 때의 우리들은 꿈꿀 수 있는 욕망이 무한하다.

거지 왕자가 되고 싶기도 하고, 나는 어려서 주몽 같은

남자와 꼭 결혼하겠다는 꿈을 구웠다.

"사랑의 동명왕"을 3번 읽고 주몽을 사랑했으니까.

조숙도 했지...ㅎㅎㅎ

그러나 현실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욕망은 어찌 되겠는가?

그것은 우리 마음속에 고이고 썩고 응어리지고 마침내는 오만과 착각과

허영과 절망과 우울과 우월감이나 열등감이 될 수도 있다.

아무리 활달하게 꿈 구워도 상상은 자유지만 자유는 상상이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9살짜리의 꿈 많던 소년을 가난한 현실은 그를 결국 숲 속을 헤매는 탕아를 만든다.

그러나 다시 돌아온 이야기가 줄줄이 엮어있다. 돌아와 그 어머니 앞에 선다.

"숲에서 뭘 배웠니?"

"학교에 가지 않는 건 몹시 불안한 일이라는 것 배웠어요"

"그리고 또"

"혼자 노는 건 무척 따분한 일이라는 것도요, 그리고 가난은 슬픈 게 아니라, 싸워

물리쳐야 하는 것이라는 것을요"

가난을 경험하지 않은 청소년들에게 가난이란 무엇인가 간접 경험을 주는

책으로의 역할을 충분히 한다 이 책은....

그리고 그 아이는 방황 끝에 동리에 와 보니 모든 것이 제자리에 놓여 있었다 했다.

아홉 살에 혼자의 울타리를 치고 살아가는 것은 못된 거인이 정원 울타리를 쌓자

봄이 오지 않았던 경험을 이야기한다.

어린 시절의 숲 속의 경험을 살린 상상력을 그려 상을 탔던 그는 본인의 아홉 살의 울타리를 생각하며

춥고 배고프고 서러웠던 그러면서도 아름다웠던 산 꼭대기 숲 속의 집에서 이제 30대가 된 작가는

다시는 울타리를 치지 않고, 글을 쓴다.

지금도 반복되는 삶을 출발점과 도달점에 연연해하는 고정관념을 깨고 열심히 산다.

다시 열 살이 되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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