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 봄이 나에게

17. 꽃부리의 이야기 (2021년 3월 15일)

by 임선영

코로나로 막힌 일상생활 중 식사 후 운동 시간을 우리 부부는 하루 만보로 정해 놓고

아파트 뒤뜰부터 걷기 시작한다.

턱 나서는 순간부터 오늘은 탄성이 흘러나온다.

경칩 지나고 나서 하루가 다르게 자연의 공기 색갈이 밝아지기 시작한다

"여보! 오늘은 정말 여실한 봄 날씨네, 걷기 딱 좋은 날씨네"

걷기 시작하며 바라보는 옆 담장에 나무순은 벌써 어제 보다 부척 연둣빛을 띤다.

누가 오라 하는 소리 한 번 들려주지 못했건만 어김없이 찾아온 봄기운은

이렇게 누런 가지에 연두 물을 들이는 요술을 부리고 있다.

뾰족이 작은 연두 방울을 송이송이 새순으로 달고 누군가를 기다리며

새로운 계절을 시작한다.

경이로운 자연의 돌아가는 순리, 이렇게 가만히 건드리지 않아도 오라 하지 않아도

반기는 사람 보이지 않아도 그저 무심이 찾아오고 떠날 날 오면 처연히 져서 가는

자연의 순환의 경이로움 인간은 코로나라는 미문의 병균을 이겨내느라

선물 받은 사계절 일 년을 어찌 지냈나 정신없이 지내며 지금 봄인가 여름인가

가을인가 겨울인가 낭만도 모두 잊고 집콕의 어려움을 견디느라 얼마나

어렵게 일 년을 견뎌왔던가.

순리대로 살아라 선물한 이 무량한 무상의 원대한 선물을 물질을 위주로 한

집착의 생활로 많은 것을 잃고 어쩔 줄 모르는 인간에게 자연은 무상의 선물을

함부로 한 죄 한 번 당해봐라, 물로 불로 공해로 병균으로 자연을 파괴하며

너도 나도 정신적 병신이 되게 만드는 이 큰 벌......

그동안 하늘은 보다 못해 터지고 만 것일 거다.


75882899a68ab7c65ea4f9065956edcd2aef66ca


하늘을 바라보며 스치고 지나가는 따스한 봄바람

가지에 생명을 불어넣어 새순을 잉태하게 하고

땅 위엔 연둣빛 연추리

아가의 여린 손 내민 듯 문득 눈길 잡고

아이고 이뻐라 소리 터지니

새 생명으로 깨끗한 모습 담고 찾아와서

진초록으로 화사하게 간장을 녹이다가

만발하여 노니다가 스러져갈

그 인생이 바로 우리의 삶과 어이 그리 닮았던고

그렇게 그렇게 왔다가 갈 길을

누가 오라 하지 않았건만

왜 또 넌 봄을 짊어지고 왔는가?


자연도 인간의 가슴도 다 말라 허허한 자리에

자연의 소명을 다 하기 위해 솟아나는 저 생명체들 그들이 가지고 갈 것은 무엇이었던가?

숭고하도다 그대들, 나 이렇게 다시 왔으니 반기라 하였던가

달라는 것 있던가 자라서 피였다가 꺾이여도 원망 한마디 하지 않고

나 이렇게 껵이였소 편들어 달라 소리 한마디 내지 않고 피였다 지는 그들

무언 무착 무심으로 다시 저 새 생으로 같다 또 무심히 그 무서운 코로나로

고통받는 인간들을 위로하기 위해 다시 또 오다니

곧 메마른 대지를 초록으로 물들일 것이고 꽃으로 열두 색상을 수놓을 것이고

숲으로 얼룩진 길을 걷게 할 것이지.....

그대들이 바로 부처요 그대들이 바로 스승이로다.

이렇게 가까이 욕심 없이 가리키며 다시 온 스승을 반기며 콧노래가 절로 나온다.

옆에 짝이 이렇게 순하게 울리는 종소리가 참 보기 좋다고 잡은 손을 간질인다.

가끔은 코로나로 방콕 생활로 갑갑하여 작은 일에도

"당신이 좀 일어나서 하라고, 내가 당신 종이야" 하고 소리치면

"아이고 그 종이 내는 종소리 크기도 하네 예쁜 종소리로 낼 수 없어"

하던 말이 갑자기 생각나 허공에 대고 웃음이 터진다.

가슴을 때리던 그대의 목소리

"허! 법문 이었네"

하하하하~~~~~

"당신 미쳤어 왜 그렇게 웃어"

이 아름다운 봄날을 웃으며 미치지 않고 어찌 맞이하겠는가.

집안의 그 부처가 바로 내 남편이었구나.....

같이 맞장구치지 않고 큰 종소리를 작은 예쁜 소리로 둔갑시키기 위해

참 그 종소리 보기 좋다고 하며 간질이는 말

왜 그리 이 봄에 가슴을 파고드는가.

여기저기 부처 가득하고 스승 가득하네.

참 아름다운 삶 이로고, 참 좋은 인연 이로고

멋지게 잘 살다 가야 하지 않겠는가?

이렇게 소중한 것을 가리키며 찾아온 봄과 같이

우리에게도 코로나 언제인가는 끝나고 새로운 봄과 같은

삶이 돌아오지 않겠는가.

아! 봄이 나에게

하루를 살아도 멋지게 따뜻하게 오손도손 살아갈 준비 하라 하네.








작가의 이전글할머니들 모여 밥 먹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