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설이 휘날리는

34. 꽃부리의 이야기 < 2021년 1월 12일>

by 임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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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챙겨 먹고 운동 시간이라 문 밖으로 나왔다.

와! 서설이다.

"여보! 이런 날 우리 걷는 것 멋지다. 그리고 나 사진 좀 찍어줘 이런 날 나 글 쓰고 싶어, 사진이 있어야지"

걷기 시작하는 뒷골목부터 마음 설레게 하는 자연의 선물, 코로나를 잊게 하는 장관이 하늘에서

춤을 추며 내린다.

무슨 세상이 아이 안고 다니는 사람은 하늘에 별 따기인데 강아지 안고 다니는 여인은 왜 그리 많은 길거리

목 줄 맨 어린 강아지만 눈 속에 뛰어다니는 게 아니라 우리 집 늙은 글쟁이 할머니도 발광이라 못 말린다고

눈바람 속에 "찰칵" 사진 찍어주는 남편의 말이 그냥 무한 행복이다.

모든 것들이 무채색으로 나 죽었소 하고 손 벌리고 있는 듯한 길거리에 하늘은 무슨 그림을 그리려고

저리 힌 눈송이 선물을 뿌리고 있는가?

그 사이로 오토바이가 지그재그 그림을 그리며 달려가기도 하고 가방을 멘 소녀가 노래를 부르며 발자국

그림을 그리며 콧노래가 시들어진다. 눈 오는 길이 아름다운 가 보다

나 또한 밤낮 걷는 길이 오늘은 더 색다른 느낌으로 발걸음을 가볍게 한다.

그이와 같이하는 길에 내 발길을 펼치면 숨 쉴 수 있는 세상이 어서 오라 손짓한다.

코로나가 일상의 생활을 모두 없애려 하나 가정이라는 사랑과 정이 있으니 그 따뜻한 둥지가 얼마나

소중한 자산이던가.

방콕의 시간에 온 라인 매체로 소일하는 시간 때문에 책 읽기 점점 멀어지고 있는 세상이지만 그러나

詩書畵 친구는 내 옆에서 책이 되어주고 정이 되어주고 시간이 되어주는 따뜻한 친구이니 얼씨구!

시어를 늘어놓고 낭송을 하다 보면 생생히 보이는 과거 현재와 미래의 세상이 내 가슴에 새겨지고

쓰여 읽어가는 내 글 속에서 난 아름다운 세상의 소식과 소리를 들으며 사색에 잠기며 나이를 잊고

많은 시간을 이 나이에도 꿈을 꾸는 행복을 누린다.


이렇게 눈이 내리는 길을 걸으면 내 곁에서 나를 사랑하던 명예보다 물질보다 더 소중했던 추억들이

내 가슴에 들어와 앉아 삭막하던 가슴에 뜨거운 눈물을 안겨 주워 잃어버렸던 서정을 모아 모아

불편했던 모든 것이 물 흐르듯 순리로 풀려 간다.

이만큼 살아보니 참! 인생 별거 아니지, 남 하고 잘 지내고 조금 많으면 나누어 먹으며 오손도손 나 보다

못한 사람 다독다독이며 풀다 보면 만사 인생이 그런대로 큰 탈없이

고도 고가 아니요 낙도 낙이 아닌 것을 알게 되더라.

정말 인생 별거 아니야, 잘 난 것도 갈 것이요, 못난 것도 갈 것이요, 그리고 모두 잊힐 것이더라.

그래도 살아생전 못 잊는 정 있으니.....


소복이 떨어지는 하늘 선물

머리에 이고 걸어가면

늘 그려지는 그 얼굴

행여 하는 마음에

그때 입었던

밍크 두른 코트 입고

하늘을 본다


아직 인화하지 못한 필름이

남아 있는 내 가슴은

그리움이란 사진을

만들며 걷는다


익숙한 골목길에서

오지 않을 것을 알면서

잘 계시지요 되뇌며

한 발 두 발 서설을 밟는다


광화문 그 찻집에서

서설이 휘날리던 날

아가! 잘 살고 있지 하시던

아버지가 그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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