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 꽃부리의 이야기 <2021년 9월 28일 >
거실 소파에 누워있는 내조자의 핸드폰에서 흘러나오는 멜로디
"인생은 나그네 길 빈 손으로 왔다가 빈 손으로 가는 길"
소파에 누워있는 모습하고 흘러나오는 노래까지 삼박자가 떨어질듯한 낙엽 그 자체다.
마침 핸드폰이 막 울린다.
"엄~마 큰아들야, 뭐해요"
" 이 코로나에 그냥 있지, 야! 우리 좀 데리고 어디 좀 가자"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고 마침 온 전화가 구세주인 듯 아들에게
부탁을 한다.
" 엄마는 어디 가고 싶은데"
" 가을이니까 아침고요 수목원이 좋을 것 같은데"
"좋아 내일 일요일이니 그리 합시다"
우리의 코로나로 인한 방구석 탈출 깜짝 나들이는 이리 시작되었다.
작은 솜털들이 파도치는 듯 권적운 가득한 가을 하늘이 반겨주는 오전의 고요한 수목원이다.
산야는 초 가을빛으로 아직 초록 물감을 쏟아부은 듯 초록으로 물들어 간간이 불어오는
가을바람에 흔들리고 있었고 잔잔하게 오색으로 물든 작은 가을꽃들이
물결처럼 흔들리는 경치는 자연이 주는 무상의 큰 선물 그 자체였다.
그 경치 속에 인생 나그네 길에서 외로운 사람이 서서 무엇을 생각하는지 외롭다.
"찰칵"
구름과 산야와 사람이 어우러진 삼박자가 핸드폰 화면을 가득 메운다.
한 장의 사진으로 순간을 휘어잡으니 그 모습 늘 들려주던
서산대사의 시 한 수를 읊고 있음이리라.
만남의 기쁨이건 이별의 슬픔이건
다 한 순간이오.
사랑이 아무리 깊어도 산들바람이고
외로움이 아무리 지독해도 눈보라일 뿐이오
폭풍이 아무리 거세도 지난 뒤엔 고요하듯
아무리 지극한 사연도
지난 뒤엔 쓸쓸한 바람만 맴 돈 다오
다 바람이라오
버릴 것은 버려야지
내 것이 아닌 것을 가지고 있으면 무엇하오.
줄게 있으면 줘야지. 가지고 있으면 뭐 하
내 것도 아닌데
삶도 내 것이라고 하지마소
잠시 머물다 가는 것일 뿐인데
묶어 둔다고 그냥 있겠소
흐르는 세월 붙잡는다고 아니 가겠소
..........
...........
'''''
삶이란 한 조각구름이 일어남이요
죽음이란 한 조각구름이 스러짐이니
구름은 본시 실체가 없는 것
죽고 살고 오고 감이 모두 그와 같다오
인생이라는 삶의 굴레를 이 만큼 살고 보니
참으로 아무것도 아닌 것인데도 그리 어려웠고 곱이곱이 사연도 많은 일들이
늘 도사리고 있었고 비우지 않으면 51년이란 세월을 함께 하기엔 탈도 많았었다.
그 세월을 잘도 버텨왔고 버텨 준 지아비의 모습이 오늘따라 든든하고 감사하다.
서로 얼굴 쳐다보며 마음 나눈 날이 며칠이나 있었던가.
서로 자세히 들여다보며 조용히 웃어보니 남은 생의 동반자가 많이도 늙어있구나.
자연처럼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잘도 잘도 맞추어가는 하늘과 땅의 조화가 그려내는
산수화의 감미로움은 사람의 마음에 아름다운 그림을 수 없이 그리게 만든다.
감성에 젖기엔 시간이 없다. 뱃속에서 죽 들어간 아침 배가 쪼그륵쪼그륵 요란하다.
순간을 내려놓기로 생각을 바꾼다.
해학으로 간다
" 여보! 당신이 내 늙은 서방여? "
갑자기 이 여자가 노망 났나 뿔이 난듯하다. 대답에 뿔이 돋쳤다.
상대방 마음까지 볼 수 있으면 성인이지....
마음공부 다 헛소리된다.
" 지금 뭔 소리여 넌 안 늙었냐 "
아들 내외가 왜 그렇게 목소리들이 크냐고 나무란다.
늙으면 그리 되는 것을 자식들은 아직 모르는 일이다.
속으로 혼자 인생은 강렬했다 달콤 해 지는 음악처럼 흐르는 여행이야
나그네처럼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지 모르고 홀로 가는 여행
~~ㅎㅎ 웃고 만다.
2시간 여 우리는 수목원의 여기저기를 잘도 감상하며 즐기고 즐기며 걸었다.
가깝게 사는 자식들이 옆에서 살뜰히 보살피는 오늘의 나들이가
주는 흐뭇한 마음의 여유 초가을 날씨와 꽃향기와 풀 냄새 가득한 가을날의
하루가 빙그로스비의 음악처럼 달콤함으로 익어간다.